김인식 감독을 얘기하면서 빼 놓을 수 없는 얘기가 있다면 바로 WBC가 아닐까 합니다. 2006년 1회 때 뇌경색에서 회복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대표팀 감독직을 수행하면서 세계 4강이라는 결과를 만들어 냈고, 2009년 2회 대회 때 역시 다른 많은 감독들이 대표팀 감독직을 고사한 상태에서 감독직을 수락하면서 위기에 처한 국가 대표팀을 세계 2위의 반열에 올려 놓는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 냈지요.
사실 스토브리그가 되면 모든 감독들이 다음 시즌을 준비하기 위해 팀 운영과 정비에 박차를 가하기 때문에 대표팀 감독을 수행하기가 힘듭니다. 그런데다가 KBO의 미숙한 운영으로-김성근 감독 편에서 얘기한대로-아무도 대표팀 감독을 맡으려 하지 않을 때 '국가가 있어야 야구도 있다'라는 가슴에 새겨질 명언과 함께 감독직을 수행한 것은 두고두고 야구 팬들의 입에서 회자될 내용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WBC에 돌입해서는 그의 믿음의 야구가 또 한 번 빛을 발하게 됩니다.
예선에서 일본에게 콜드패를 당하는 수모를 겪었지만 그는 선수단에 변함없는 신뢰를 보였고, 나이 어린 선수들이 주축이 되어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그가 보여준 무한 신뢰는 결국 예선 결승에서 일본을 상대로 1-0으로 완봉승을 거두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또한 시합 출전부터 소속팀과의 잡음으로 인해 성적이 11타수 1안타로 부진했던 유일한 메이저리거 추신수 선수를 끝없는 믿음으로 기용했고, 추신수 선수는 결국 준결승 베네주엘라 전에서 달아나는 3점 홈런, 결승 일본전에서 동점 홈런을 터뜨리며 믿음에 보답했습니다. 마치 베이징 올림픽에서 이승엽 선수가 내내 부진하다가 준결승과 결승전에서 홈런포를 터뜨리며 김경문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던 것처럼.
하지만 그 여파였을까. 동계 훈련 동안 착실히 팀을 돌보지 못해서였는지 한화 이글스는 2009시즌 창단 처음으로 최하위 8위라는 불명예를 안았으며, 결국 김인식 감독은 감독 은퇴를 하고 총감독으로 한 발 물러서게 된다.
사실 아직도 가슴 찡한 장면이 그의 은퇴식에서 선수들이 보여준 큰 절이다. 세상 어떤 감독이 은퇴식에서 선수들로부터 그라운드에서 큰 절을 받을 수 있겠는가.
통산 960승 995패 45무. 김응룡 전 해태 타이거즈 감독이나 SK 김성근 감독에 비하면 어찌 보면 크게 주목을 받기 어려운 성적. 그리고 2,000 경기 출장.
이런 단순한 기록보다 그가 더 위대해 보이는 야구는 사람 중심야구, 믿음의 야구라는 그의 철학과 그 철학을 바탕으로 선수들을 감싸 안는 그의 지도력 때문이 아닐까요.
비록 현역에서 은퇴했지만 김인식 감독의 '위대한 도전'은 어쩌면 오히려 지금부터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2회 WBC 준결승 승리 이후 인터뷰에서 밝힌 '위대한 도전'은 어쩌면 지금부터 한국 야구의 발전을 위해 시작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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