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본인의 의지대로 할 수 없는 것 두 가지를 갖고 있다. 바로 말 그대로 태어나는 것과 죽는 것.
우리네 삶에서 가장 중요한 시작과 끝을 내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허무한 일인가를 돌려서 말해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죽음을 선택할 수가 있도록 우리네 삶이 바뀌었다. 어떤 사람은 살고 싶어도, 너무나 간절히 살기 원해도 살 수 없는데 어떤 사람은 죽음을 선택한다. 자기 스스로의 의지대로 삶의 마지막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런 선택이 현재의 대한민국에서 너무나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유명인들부터 일반 서민들에 이르기까지 그 이유가 무엇이든 스스로에 의해 삶의 마지막을 선택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학창 시절 배운 바에 의하면 선진국일수록, 복지가 잘 된 국가일수록 자살율이 높다고 했다. 그 이유는 꿈과 희망이 없어지기 때문이라는데, 가만히 있어도 먹고 살 수 있으니 의지도 없어지고 살아야 하는 이유와 원동력이 없어져 무력감에 빠져 결국은 자살을 선택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대한민국은 어떤가. 잘나간다는 나라들의 모임인 OECD 국가 중 자살율 1,2위를 다투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내가 잘못 알고 있다면 천만 다행이다- 그럼 우리는 그만큼 복지가 잘 된 나라일까, 아니면 경제적으로 선진국일까. 얘기가 길어질 것 같아 이 얘기는 여기서 마무리하는 것으로 하자.
어찌 됐든 선진국 중에 복지가 가장 잘 된 나라라고 평가 받는 나라, 자일리톨의 나라 핀란드. 복지국가라는 명성만큼 자살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던 핀란드에서 나온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책, ‘기발한 자살 여행’.
사실 자살이라는 것은 작가들에게 너무나 매혹적인 소재임을 부정할 수 없다. 자살의 원인과 동기, 심리적 묘사에 따라 스릴러, 로맨스, 사회 풍자 등 수 없이 많은 장르로의 도전이 가능하며 무엇보다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스스로의 의지로 할 수 없는 것을 선택하는 것 자체에 대한 고민인 죽음에 대한 감정을 다룰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매력적인가.
그런 자살을 이 핀란드 작가는 해학적으로 집단 자살이라는 모티브를 통해 그려내려고 애썼다. 우연히 시작된 자살을 원하는 사람들의 모임으로부터 여러 번 실패하는 집단 자살을 거쳐 삶에 대한 애착을 통해 감동을 전하는 내용은 결국 ‘해피 엔딩’이라는 뻔한 결말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그래서 제목과는 조금 다르게 그다지 기발하지 않은 자살 여행이 아닌가 하는 생각 든다.
(작가와 출판사에 대한 예의상 책 이야기는 자세히 언급하지 않는다.)
하지만 읽는 내내 순간 순간은 재미가 있었다. 우리네 정서와는 다른 죽음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알 수 있었고 핀란드 전체를 죽음의 배경으로 삶는 과정을 통해 마치 핀란드 전체를 여행하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지금 이 순간 자살을 택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동사무소에 가서 사망 신고를 직접 할 수 없다면 죽음이라는 당신의 삶에 대한 스스로의 선택은 미완성일 뿐 아니라 남아 있는 사람을 귀찮게 하는 것이라고.
그러니 죽기보다는 어떻게든 살기를 택해보라고.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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