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기사를 보면 가끔 취업 포털 사이트에서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내용들이 발표되곤 하는데, 아무래도 가장 나의 관심을 끄는 내용은 직장 상사나 부하 직원에 대한 설문이다.
‘이런 부하 직원 내 쫓고 싶다’라든지 ‘이런 직장 상사 정말 밉다’라는 내용의 설문조사를 보면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정말 그런가 하고 되새겨 보기도 한다.
사실 우리나라의 조직문화는 조금 독특해서 명확한 상하관계와 그에 따른 상명하복의 문화가 발달했는데 누가 뭐래도 사회 전반을 장악했던 군대 문화의 영향이 컸으리라 생각된다. 반면 우리가 알고 있는 외국의 상하 관계는 너무도 자유롭게 부하직원이 책상에 다리를 올려 놓은 채로 상사와 대화를 하는 등의 수평적인 문화가 발달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월 스트리트 몽키’는 그것이 우리가 갖고 있는 하나의 상상 또는 편견일 뿐이라는 것을 완벽하게 깨우쳐 주었다.
지금이야 전 세계 경제 위기를 일으킨 진원지로 지목 받아 찬 밥 신세가 된 월 가(街)지만 2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 하는 금융의 중심지였고, 또 그 중심에는 투자 자문 회사들이 있었는데 월 스트리트 몽키는 바로 그 투자 자문 회사에 근무하는 직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재미있는 회사 생활이 주를 이루고 있다.
투자 회사의 입사 동기 네 명-주인공은 친구들 외의 모든 회사 직원들, 심지어 사장까지 별명으로 부르고 있다- 중얼사마, 까칠깐죽, 후진영혼, 찌질곰탱-은 높은 연봉 만큼이나 살인적인 업무를 해 나가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회사 생활 속에서 희로애락을 느끼는데, 그러한 회사 생활에서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부분은 우리 나라와 마찬가지로 상사와의 갈등이었다.
위압적이고, 상명하복을 하달하며, 인사권을 무기로 부하 직원을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만드는 그런 상사들-그런데 왜 그런 상사들은 항상 일을 하지 않는 것일까-로부터의 스트레스가 며칠 밤을 새도 끝날 줄 모르는 업무량보다 심하다는 것이 우리 나라와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사실이 읽는 내내 재미있었다.
이 책의 결말은 얼핏 ’삼미 수퍼스타즈의 마지막 팬 클럽’이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처럼 살아가는 진정한 이유와 즐거움에 대해서 이야기 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높은 연봉에 반드시 요구되는 과도한 업무량에 따른 개인 생활의 상실에서 과연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묻는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그 보다 더 내 마음에 와 닿는 것은 ‘재미있는 직장 생활’이다.
입사 동기라고 불리는 친구들과 거대한 조직 속에 정착되고 살아남기 위해 좌충우돌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일로부터 즐거움을 얻게 되는 그러한 직장 생활 말이다.
지금 옆 자리에 입사 동기가 앉아 있다면 바로 커피 한 잔을 제안 해보자. 물론 상사에 대한 ‘뒷담화’는 커피와 함께하는 가장 좋은 간식으로 말이다.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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