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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전에 꼭 읽어야 할 책들

리진 - 낯선 세계로의 여행

by Robin-Kim 2008. 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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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공간. 우리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이 두 가지 공간의 교차 속에서 살아간다. 실과 바늘처럼 뗄래야 뗄 수 없는 그런 관계보다 더 복잡하고 미묘한 교집합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은 항상 그 교집합으로부터의 탈출을 꿈꾸게 된다. 그것이 자의에 의해서든, 타인에 의해서든.

 

리진은 대한민국- 아니 시대적으로 조선이라고 하는 것이 맞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여성 최초로 조선이라는 공간을 떠나 프랑스라는 낯선 공간에서의 삶을 살았던, 우리가 꿈꾸는 교집합으로부터 탈출했다는 상징성을 지닌 인물이 아닐까 한다. 그것도 궁중 무희라는 신분으로.

 

그래서일까. 최초라는 것이 가진 속성, 즉 우연이라는 겉 옷을 살짝 들어보면 나타나는 필연(必然)이라는 이율배반적인 속성 때문에 그녀의 인생은 순탄치 않았던 것일까.

명성황후의 곁을 지키는 궁중 무희로써 흥선대원군과의 사이에서 임오군란을 거치며 어쩔 수 없는 떠밀림으로 인해 최초를 선택한 그녀의 삶은, 이미 정해져 있는 시나리오처럼 명성황후 시해 사건을 거치며 충격으로 자살을 선택하면서 최초라는 수식어를 고통과 죽음으로 결말짓는 역할을 선택한다.

 

프랑스 대사 콜랭과의 우연한 첫 만남. 첫 만남 이후 리진과 사랑에 빠진 콜랭. 끈질긴 구애로 인해 콜랭을 사랑하게 된 리진. 결국 그와 함께 조선 최초, 아니 대한민국 역사 최초의 여성으로 프랑스로 건너가 생활하지만 돌아올 수 밖에 없었던, 그리고 그 시점에 친자식처럼 키워준 명성황후 시해가 일어났다는 기막힌 우연의 연속은 결국 그녀가 자살을 택할 수 밖에 없는 필연적인 명분을 제공해주는 것이었다.

 

조선 후기 역사에 거의 등장하지 않고, 또 아는 사람 역시 거의 없던 궁중무희 리진은 그토록 드라마틱한 삶을 보여주기 위해 신경숙의 손에 의해 21세기에 부활한 것이다.

그래서 감사한다. 리진에게도 신경숙 작가에게도.

책을 읽는 내내, ‘최초라는 타이틀 때문에 낯선 환경에서 느꼈을 생소함과 두려움 그리고 향수를 이겨나가는 리진의 모습을 마치 손으로 만지면 감촉을 느낄 수 있을 것처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어서 감사한다.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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