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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읽어주는 남자:엔딩 크레딧

영화 뜯어보기: 스플릿 - 실패할 수 밖에 없었던 구조를 가진 영화

by Robin-Kim 2024.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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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제대로 된 연기를 보여준 이정현과 함께 오랜만에 영화에서 연기를 선보이는 유지태라는 점만으로도 개인적으로는 충분히 매력적인 영화였습니다.

 

거기다 흔하지 않은 ‘볼링’을 통한 도박이라는 소재까지 영화 [스플릿]에 대한 개인적인 기대는 굉장히 높았습니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었을까요?

 

개인적인 생각에는 그렇게까지 크지는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아무튼 영화를 보고 난 이후의 느낌은 한 마디로 아니올시다라는 것이었습니다.

 

흥행 성적도 제 생각과는 크게 다르지 않게 나타났습니다. 758,195 명의 관객 동원과 6,102,712,539 원의 수입을 올리는데 그쳤으니까요.

 

도대체 왜 이런 결과나 나왔을까요?

 

1)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 오랜 시간을 견뎌내야 한다

 한 때 잘나가던 볼링 선수, 아니 볼링대회 우승까지 했던 철종 (유지태)은 한 쪽 다리를 다쳐 보호기를 착용하며 희진 (이정현)과 함께 볼링을 통한 도박으로 생활하게 됩니다.

 

희진이 건수를 물어 오면 철종이 선수로 뛰는 철저한 역할 분담인 것이죠.

 

문제는 볼링 대회 우승까지 했던 잘나가던 볼링 선수 철종이 왜 다리를 다쳤으며 어떤 이유로 정식 선수가 아닌 도박을 통해 생활을 해나가는지에 대한 설명이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없다가 영화의 후반에 되어서야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관객은 이유도 모른 채 그 긴 시간 동안을 참고 견뎌야 하는 것이죠.

 

희진이라는 캐릭터도 마찬가지입니다. 왜 철종과 파트너가 되어 볼링 도박을 주선하게 됐는지에 대한 설명이 초반부에 등장하지 않습니다.

 

아버지로부터 물려 받은 볼링장이 자금난에 부딪치게 되어 그랬다는 설명이 나오긴 하는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자금난이 있다고 누구나 도박을 하지는 않는데다가 꼭 철종이 파트너여야 할 이유는 아니니까요.

 

그 이유 역시 영화 후반부에 등장합니다.

 

 

 

그러니까 등장 인물의 성격과 이야기의 배경 등이 감춰진 채 대략 80~90분 정도를 관객은 참고 기다리며 영화를 봐야 하는데 그 시간이 너무 긴 것이 문제입니다.

 

2) 두꺼비라는 캐릭터의 어색한 설정

 [스플릿]의 대립구조는 ‘철종 vs 두꺼비 (정성화)’로 설정이 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두꺼비라는 인물에 대해 살펴 볼 필요가 있는데, 두꺼비는 선수시절 철종의 뒤를 쫓는 ‘만년 2위’를 했던 인물입니다.

 

그런데 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영화 상에서 두꺼비는 철종을 원수 대하듯이 한다는 점입니다. 만년 2위라는 것이 사람에 따라서는 1위를 부러워할 수도 있고 또는 질투를 할 수도 있으며 시샘도 할 수 있고 미워도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 1위였던 사람을 원수처럼 죽일 듯이 대한다는 것은 조금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그가 어떻게 해서 부자가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좀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두꺼비는 희진의 아버지가 운영하던 볼링장의 소유주인데 언제부터 어떻게 해서 그 볼링장을 소유하게 됐는지에 설명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그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인물로 그려진 것도 아니며 도박 볼링을 엄청나게 해서 돈을 모았다는 내용도 쉽게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3) 도박 영화도 아닌 것이 감성 영화도 아닌 것이

 서두에 얘기했던 것처럼 이 영화는 홍보 자체가 ‘볼링을 이용한 도박’ 영화였습니다.

 

그렇다면 그 도박이라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데 ‘15세 관람가를 의식해서였는지 그 부분이 굉장히 약하게 표현되었다는

또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도박을 통한 긴장감과 짜릿한 스릴감, 거기에 우리가 평소에 도박의 도구로 사용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볼링이란 것이 더해져 손에 땀을 쥐게 해야 하는데, 그 부분은 밋밋하게 흘러가고 오히려 자폐증을 앓고 있는 영훈 (이다윗)이라는 인물에 대한 휴먼 감성 드라마처럼 포장이 되어 있습니다.

 

이게 한국 영화들의 전형적인 단점 중의 하난데 [7번 방의 선물]도 그렇고 비슷한 한국 영화들이 코미디건 액션이건 이야기가 진행되다가 결말 부분에 어설픈 감동 코드를 삽입해서 눈물 찍흐르게 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개그맨 이경규가 제작한 [전국 노래 자랑]도 마찬가지고요.

 

[스플릿]도 바로 그런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어설프게 감동 코드를 삽입해서 눈물을 흘리게 하려고 했던 것 같은데 이제 관객들은 그런 장치에 속지 않습니다.

 

[타짜]처럼 도박이라는 소재에 좀 더 치밀하게 몰두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던 것이 안타깝네요.

 

 

 

4) 밋밋한 캐릭터 설정

 영화에 조연으로 등장하는 백사장 (권해효)이라는 인물도 마찬가지입니다. 보기에 따라서는 영화의 흐름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도 있는데 캐릭터가 너무 밋밋합니다.

 

음지에서 볼링으로 도박을 하는 조직의 보스가 카리스마도 없고 거칠지도 않으며, 그렇다고 완전히 부드러운 성격을 가진 것도 아니며

또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알 길도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군인지 적군인지도 모르겠고 등장 인물들 사이에서 정확히 어떤 역할을 하는 사람인지도 애매해 보입니다.

 

나중에 백사장과 내기 도박 볼링을 하는 돈 많은 중국인으로 등장한 인물은 말할 것도 없고요.

 

 

 

5) 이 영화는 영훈이 다 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언뜻 유지태나 이정현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영훈을 연기한 이다윗이라고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자폐증 연기도 그렇고 자신만의 독특한 볼링 치는 방법도 그렇고 ‘영훈의, 영운을 위한, 영훈에 의한’ 영화로 보여집니다.

 

요즘 말로 한다면 혼자서 이 영화 전체를 ‘하드 캐리’ 했다고나 할까요?

 

하지만 이야기를 끌고 가는 인물은 철종과 희진 그리고 두꺼비와 백사장입니다. 그러다 보니 영화의 초점이 분산되고 관객들은 어떤 인물에 초점을 두고 봐야 하는지 길을 잃을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이 영화가 흥행에 실패한 이유를 정리했는데 얘기하자면 몇 가지 더 있지만 여기까지만 하고 결론을 내자면 시나리오의 실패라고 요약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캐릭터 설정도 영화의 구성도 이야기의 짜임새도 결국은 시나리오의 문제니까요.

 

잘만 하면 굉장히 독특하고 재미있을 수 있었던 소재였는데 참으로 안타까운 영화 [스플릿]이었습니다.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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