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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읽어주는 남자:엔딩 크레딧

영화 vs 영화 (10): 언노운 vs 메멘토 - 기억이란 어쩌면 가장 불확실한 도구

by Robin-Kim 2013. 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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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기억이란 100% 온전하게 신뢰할 게 못되기 때문에 언제나 물적 자료가 필요하다.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흐르면 퇴색되고 희미해져서 불완전해지는 것이 사람의 기억이기 때문에

그 때 그 시절 그 순간의 사진이나 음악 또는 일기와 같은 보조자료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최근에는 스마트 폰이라는 기계가 웬만한 기억을 대신 해주기 때문에 '디지털 치매'라는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기억을 기계에 의존하는 것이 괜히 꺼림직하다.

기억이라는 것은 추억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니까.

그 날 그 시간 누군가와 함께 한 기억은 오로지 두 사람만의 추억이 될 수 있으니까.

 

그리고 그런 기억들 중에는 오래도록 되새기고 싶은 것들도 있지만 분명히 지워버리고 싶은,

아니 영원히 기억해내고 싶지 않은 존재들도 더러 있기 마련인데 그렇다고 내 의지대로 취사선택 할 수 없는 것이 또 기억이니

어찌 보면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어느 날 세계 생물학 총회 참석차 독일에 들른 마틴 해리스와 리즈 해리스 부부.

택시를 타고 호텔에 도착해 리즈가 체크인을 하는 동안 무언가를 공항에 두고 온 것을 알아차린 마틴은 다시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향하다

교통사고를 당해 의식을 잃었다가 72시간 만에 깨어나지만 기억을 일부 잃게 된다.

하지만 가까스로 되살아난 기억을 되 밟아가 찾아간 호텔 연회장에서 만난 아내 리즈는 자신을 못 알아보고

설상가상으로 또 다른 마틴 해리즈가 리즈의 남편으로 존재하고 있는 아찔한 상황.

도대체 그가 정신을 잃었던 72시간 동안 어떤 일이 있었으며 그는 기억의 어느 부분을 잃어 버린 걸까?

 

 

 

단기 기억손실증에 걸린 전직 보험 조사관 레너드. 아내가 살해 당한 사건과 동시에 머리에 충격을 받으면서

사고 이전의 일들은 모두 기억하지만 사고 이후의 일들은 10분이 지나면 모두 잊어 버린다.

사람도 집도 차도 약속도.

그래서 항상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 그 곳에 관련된 메모를 한다.

사람이라면 어떤 사람인지 혹은 믿을 만한 사람인지. 자기 차와 묵고 있는 모텔의 사진도 항상 보관하지 않으면 모든 기억을 잃게 된다.

그런 그의 목표는 단 하나.

G라고 기억하고 있는 아내 살인범을 찾아 죽이는 일. G에 대한 정보는 몸의 이곳 저곳에 문신으로 새겨둔 채.

그리고 레너드의 주변에는 언제나 두 명이 기웃거린다. 부도덕한 경찰인 테리와 Fredy’s라는 바의 여 종업원 나탈리.

 

이 두 영화가 어찌 보면 비슷한 '기억을 잃어버리는' 현상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조금 깊이 들어가면 전혀 다른 소재인데,

언노운의 소재인 기억 상실증은 기억 자체를 완전히 잃어버리는 것이고 (그것이 특정 기간의 것이든 과거 전체의 것이든)

메멘토의 기억 손실증은 가장 최근, 그러니까 10분 전 혹은 30분 전의 일에 대한 기억을 계속해서 잃어버리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영화의 이야기 전개는 공통점이 거의 없다고 할 정도로 다른 방향으로 진행된다.

 

우선 언노운의 마틴 해리스는 부단히도 잃어버린 기억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독일에 오기 전 오랜 기간 교감을 나누었던 사이인 브레슬러 교수를 찾아가지만 또 다른 마틴이 이미 브레슬러를 만나 얘기 중이었고

전직 독일의 첩보 요원이었던 에른스트 요르겐을 찾아가 사정을 얘기하며 진실을 밝혀달라고 하며

사고 당시 택시를 운전했던 지나를 찾아가지만 그녀는 불법체류자 신분이라 추방당하지 않기 위해 복잡한 일이 휘말려 드는 걸 싫어할 뿐 아니라

지루한 설득 끝에 그녀의 도움을 받기 시작하자 마자 괴한들에게 위협을 당하는 등

왜 이런 상황이 생기게 되었는지 지난 72시간의 기억을 되찾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으로 영화가 전개된다.

 

* 지나와 함께 에른스트 요르겐을 찾은 마틴 해리스.

 

 

반면 메멘토의 경우 '아내를 살해한 범인을 찾아 죽이는 것'이 절대적인 목표인 레너드는 단기 기억 손실증을 치료하려 하기 보단

목표를 달성하는데 모든 것을 집중하며 이야기도 그것에 초점을 맞춰 진행된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중요한 내용, 주변 사람이라든가 자신이 묵고 있는 속소 혹은 자신의 차까지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그 사진에 메모를 함으로써 언제나 기억을 유지한다.

 

 

 

* 자신의 차를 폴라로이드 사진을 통해서만 기억할 수 있는 레너드.

 

 

자신의 기억을 되찾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하던 마틴은 가까스로 갤러리에서 만난 리즈로부터

공항에서 서류 가방을 찾으라는 단서를 얻고는 지나와 함께 서류 가방을 찾아 자신의 이름이 마틴 해리스라고 적힌 여권을 발견하여 안도하지만

이내 다른 이름으로 된 다른 나라의 여권까지 함께 발견하자 다시 오리무중으로 빠지게 되고

사고를 당했을 때 전화를 했던 친구 로드니가 미국에서 독일까지 날아와 해후했지만 로드니는 마틴을 납치하여 죽이려 한다.

알고 보니 마틴과 리즈는 돈만 주면 어떤 일이든 하는 세계적인 암살 조직 '섹션 15'의 조직원이었고

그들의 목적은 총회가 있던 호텔 연회장을 폭파하여 브레슬러 교수를 암살하기 위해 리즈와 부부로 위장하여 독일로 파견된 것인데

교통사고로 연락이 두절되자 다른 요원이 마틴 해리스 역을 하게 된 것.

 

브레슬러 교수는 아랍 갑부 왕자의 후원을 받아 세계 식량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옥수수 재배법을 발표하기로 했던 것.

나이가 그 재배법을 저작권없이 아무나 무상으로 쓰게 하려 했는데 이를 알게 된 미국 혹은 다국적 식품 업체들이 마틴의 조직을 고용했던 것이다.

이후 마틴과 지나는 폭발을 막기 위해 노력함에도 불구하고 폭탄은 터지지만 그들의 노력 때문에 희생자가 많이 줄었고

결정적으로 브레슬러 교수와 아랍 왕자가 살아 남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보여주는 액션이 이 영화의 핵심 볼거리라고 해도 무방하다.

 

 

* 로드니를 만나 자신의 기억을 되찾는 마틴 해리스. 

 

메멘토의 경우는 조금 더 복잡하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크게 두 부분이 지속적으로 교차되며 진행된다.

레너드가 테리를 죽이는 순간부터 왜 그를 죽이게 되었는지를 역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조금씩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컬러 부분과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하며 새미에 대한 얘기를 하는 흑백 부분.

새미는 레너드가 기억 상실 전 보험조사원으로 일할 때 사고를 당해 현재의 레너드와 같은 단기 기억 손실증에 걸렸던 사람.

새미의 부인은 보험금을 청구했고 레너드는 새미에 대한 여러 가지 테스트를 통해 보험금 지급을 거부할 수 있다는 내용을 확정 지었다.

이후 새미의 아내는 정말로 새미가 단기 기억 손실증인지 확인하기 위해 자신의 몸에 인슐린을 10분 단위로 주사해주도록 새미에게 부탁하고

새미는 10분전에 주사했다는 내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 채 계속 주사를 놓다가 결국 인슐린 과다 복용으로 새미의 아내는 죽고 만다.

그 때문에 흑백 부분에서의 레너드는 그 때 보험금 지급을 거부한 것에 대한 후회를 하는 것처럼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계속한다.

 

 

 

* 나탈리를 통해 테리가 범인이라는 간접적인 암시를 받는 레너드.

 

 

컬러 부분의 줄거리는 역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정리하기가 조금 애매한데,

요약하자면 테리를 찍은 사진에 ‘Don’t Believe His Lies. He is the one. Kill Him’이라는 말을 써 놓은 테리는 지속적으로 그를 의심하고,

나탈리의 사진에 ‘She has also lost someone. She will help you out of pity.(그녀도 누군가를 잃었기 때문에 동정심으로 너를 도와줄 것이다)’라고

메모한 내용 때문에 그녀를 계속 믿게 되는데 이 것은 레너드 뿐 아니라 영화를 보는 사람도 영화가 계속 되는 내내

테리가 레너드의 아내를 죽인 범인이고 나탈리는 레너드가 테리를 죽이는데 도움을 주는 역할로 인식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것이 영화를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 영화를 쉽게 이해하지 못하게 만드는 결과를 만든다.

마지막에 테리가 얘기한 것이 진짜 사실인지 그것까지 거짓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는 줄거리를 파악해서는 이 영화를 이해하기가 어렵다.

이 영화를 이해하는 방법은 흑백 부분과 컬러 부분을 따로 떼어 생각해야 하는데, 시간의 흐름 대로 이어지는 흑백 부분이

어느 순간 컬러로 바뀌게 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영화의 거의 끝 부분인데 거기서부터 시작되는 컬러 부분을

다시 역으로 영화의 처음까지 보면 전체적인 이야기가 이어지는 구조로 굉장히 복잡하다.

 

* 잘 보면 파란색 실선인 흑백 부분의 끝에 (숫자 22) 빨간색 실선인 컬러 부분 (알파벳 A)가 시작되어 역으로

  진행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엄청 복잡한 구조다.

 

나처럼 영화를 보고 줄거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전체적인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사실 이 영화는 자신의 아내를 죽게 만들었다는 레너드의 죄책감과 현실을 부정하려는 끊임없는 자기 합리화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흑백 부분에서 계속 등장하는 새미의 얘기는 사실 레너드의 얘기인데, 아내를 폭행한 범인은 경찰이었던 테리가 찾아 내

이미 레너드가 죽였으며 아내는 죽지 않고 살아 있었다. 이후 당뇨에 걸려 있던 아내에게 지속적으로 인슐린 과다투여 했던 것인

새미가 아닌 레너드이며 그 때문에 아내는 죽게 된 것이다. 정작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새미는 아내가 없는 사람이었으며

자신이 했던 일에 대한 심한 거부감으로 있지도 않은 사실을 자신의 기억 속에 억지로 집어 넣은 환상을 실제로 믿게 된 것이다.

또한 부패한 경찰관 테리는 아내가 폭행 당했던 당시 생긴 단기 기억손실증을 갖게 된 레너드를 이용하여

마약 거래상인 지미를 만나게 해 지미가 갖고 온 20만불을 가로채려 했고 그 과정에서 레너드는 지미를 죽이게 된다.

 

* 존 G가 범인이라는 문신을 새겨 놓은 레너드

 

 

반면 지미의 여자친구인 나탈리는 그 사실을 알고는 지미의 원수를 갚고자 역시 단기 기억손실증에 걸린 레너드를 이용하여 테리를 죽이도록 한다.

테리가 아내를 죽인 범인이라는 내용을 레너드에게 지속적으로 제공하는데 테리의 신분증과 자동차 번호 등을 제공하면서

레너드의 몸에 새겨진 범인에 대한 정보들이 결국엔 테리일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 내내 테리는 나쁜 놈, 나탈리는 착한 년으로 비춰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마침 테리의 본명이 존 에드워드 겜멜로 줄이면 레너드의 몸에 새겨진 G’가 되기 때문에 레너드는 그를 죽일 수 있었던 것이다.

 

정리하자면 짜임새 있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언노운은 눈으로 즐기고 몸으로 느끼는 액션을 중심으로 하고,

메멘토의 경우 영화를 보는 내내 두뇌를 가동시켜 감독과의 머리 싸움을 하는 일종의 스릴러라는 데 강점이 있다고 볼 수 있을 듯 하다.

 

많은 사람들이 테이큰 시리즈로 일약 세계적 배우의 반열에 오른 리암 니슨 주연의 영화라 많은 기대를 가졌던 언노운은

마지막에 기억을 되찾았다고 악역이 착한 역으로 돌변하는 것에 대해 많이 황당해 함을 느낄 수 있는데

물론 따지고 들자면야 원인 불분명한 극적 반전이라 할 말이 많겠지만 전체적인 영화의 흐름에 몰입해서 보면

딱히 모나는 상황은 아닌지라 그럭저럭 참아볼 만 하지 않나 싶다.

 

 

개인적으로는 한 번 보고 대체 무슨 내용인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을 정도로 상당히 복잡한 구조를 가진 메멘토는

다크나이트 시리즈로 유명한 크리스토퍼 놀란이 감독을 맡았는데 이런 독특하고 복잡함 때문에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특별 상영되었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후보에 올랐었다고 한다. 역시 '크리스토퍼 놀란이야'라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워야 하는 건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어찌 보면 지구상에 인류가 탄생한 이래로 글로든 그림으로든 무엇인가를 꾸준히 기록해왔고 그것은 이른바 역사가 되었다.

따라서 우리가 살지 못했던 오래 전 사람들의 생활 방식과 사고방식에 대해 알 수 있으며 그것으로 인해

현재의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 그렇지 않았으면, 그러니까 무엇인가가 기록되지 않았다면,

우리는 언노운의 마틴처럼 잃어버린 시간을 찾기 위해 수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역사는 늘 잘못 기록될 수 있다는 치명적 약점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역사는 승자의 것이니까.

지금 중국의 동북아 공정도 일본의 독도 만행도 같은 관점에서 보면 된다.

마치 나탈리에 의해 레너드가 잘못된 기록을 가졌듯이. 그로 인해 잘못된 사람을 죽였듯이.

 

어쩌면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오늘 하루의 기록이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는 엄청난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진실한 기록은 중요하다.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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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섹션, blog.naver.com/jwbae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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