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 모든 걸 포기하고 한 가지만 할 수 있다면 무엇을 선택하겠냐고 누가 나에게 묻는다면 아무 주저 없이 '세계여행'이라고 할 것이다.
그만큼 세계 여행은 이 나이의 나에게 자극이 되고 동경의 대상이 되며 더 늙어서 배낭을 짊어지고 갈 수 없을 때가 되기 전에 빨리 가야 한다는
약간의 조급함 내지는 절박함이라는 다양한 감정을 갖게 하는 단어다.
그런 세계 일주를 개인적인 사정으로 무기한 연기하게 되었다.
사실 일정대로라면 지금 한창 몸을 만들고 올 겨울에 출발을 해야 하지만 어디 사람 사는 일이 뜻대로만 되겠는가.
솔직히 어린 시절 여행은 설렘이 없는 단어였다.
심할 땐 한 달에 몇 차례나 해외 출장을 다니시는 아버지를 두었음에도 돌아다니는 것이 못내 귀찮아 그냥 집에 있는 것이 좋았다고나 할까.
그러던 어느 날 아무런 특별한 이유도 없이 여행이란 것이 좋아졌다. 정말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토록 많이 아버지를 마중하러 공항에 나갈 때도 별 감흥이 없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공항에 가기만 하면 가슴이 설레고
- 내가 비행기를 타는 것이 아니더라도-,
어느 순간부터 외국의 멋진 사진을 보면 꼭 그 곳에 가고 싶어졌으며,
비행기를 탑승했을 때만 향유할 수 있는 그 특유의 냄새가 언제나 못내 그리워졌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그것은 외국과 국내를 가리지 않는 이른바 '역마살'의 근처까지 가게 되었다.
그.래.서.
여행 후기 책을 꽤 읽었더랬다. 이른바 대리만족이라고 할까.
[1만 시간 동안의 남미], [곱게 늙은 절 집], [미친 가족 집 팔고 지도 밖으로], [나는 세계 일주로 경제를 배웠다 (및 그 속편)],
[슬로시티 걷기 여행], [바람카페, 나는 티벳에서 커피를 판다] 등과 함께 [칼과 황홀]이나 [끌림]과 같은
직접적으로 여행하고는 관계가 없지만 어떻게든 연결 고리를 찾을 수 있는 책들까지.
그러다 최근에 두 권의 세계 여행 관련 책을 만나게 되었다.
정확하게는 세계 여행 관련 후기인 [가고 싶을 때 가고 싶은 곳으로]와 남미 여행 후기인 [남미, 나를 만나기 위해 너에게로 갔다]의 두 권이다.
앞의 책은 부부가 함께 세계 곳곳을 여행하면서 있었던 일을 담담하게 풀어 놓은 반면
남미 서적은 한 직장인이 회사를 그만두고 혼자 남미를 여행하면서 있었던 일을 정리해 놓은 책인데 재미로만 따진다면
[가고 싶을 때 가고 싶은 곳으로]는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다.
여행하면서 있었던 일을 그저 담담하게 풀어 놓았기 때문에 읽다 보면 조금 지루해지는 반면,
[남미, 나를 만나기 위해 너에게로 갔다]의 경우 다양한 에피소드와 함께 조금은 건방져 보이기까지 한 글쓴이의 태도는 물론
일반적인 남미 여행 루트가 아닌 저자가 여행하면서 개발한 루트까지 나름 몰입도가 꽤 높고 다양한 정보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재미의 차이 혹은 개인적인 차이일 뿐,
모든 여행 서적은 나 같이 여행을 꿈꾸는 사람에게는 그 나름대로 가치가 있고 읽어볼 만 하다.
솔직히 서점에 가득한 수 많은 여행서적들이 모두 다 나에게 맞는 것은 아니니까.
책 두 권을 다 읽고서 지도에 가고 싶은 곳을 표시해 놓은 지도를 펼쳐 보았다.
언제쯤 갈 수 있을까.
그 희망의 끈을 부여잡고 그날만을 상상해 본다, 그리고 기대해 본다.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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