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폰을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 그러니까 불과 1년 2개월 전, 들었던 생각은 스마트 폰을 쓰면 사람이 스마트 해지니까 스마트 폰이 아니라
스마트 폰을 쓰려면 공부를 해야 하니까 사람이 스마트해져서 스마트 폰이 아닐까라고.
사실 전화기를 공부한다고 사람이 스마트 해진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난 아직까지도 왜 이 제품의 카테고리 이름이 스마트 폰인지 당최 알 수가 없다.
내가 어릴 적에는 기계를 쓰기 위해서 공부를 할 필요가 없었다.
비디오 플레이어도 앞 혹은 뒤로 되감기, 일시 정시, 플레이 그리고 녹화 버튼만 알면 되었고 그것은 기계에 표시가 되었기 때문에
한 두 번 써 보면 다 알게 되는 것이었지 사용 설명서 따위는 필요치 않았다.
TV도 마찬가지다. TV를 틀고 채널을 돌리면 되는 것이 기본 기능이면서도 그런 기능만 있으면 충분한 것을
최근에는 이런 저런 기능을 넣어 TV 보는데도 공부가 필요하다.
어디 그것뿐이랴.
냉장고와 세탁기는 물론 심지어 다리미까지 이런 저런 복합 기능이 포함되어 있어 그것을 쓰려면 공부를 해야 하는 사실에
심각한 기계치인 나는 당황스럽다. 문제는 그 제품이 고장 났을 때인데 기능이 복잡해질수록 고장의 원인을 찾기가 더 어려워져
결국 알고 나면 단순한 고장임에도 불구하고 꼭 서비스 센터를 찾아가야 하는 불편함에 몸서리 쳐질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런데 세상이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나뿐만은 아닌 듯 하다.
서점에서 [난 단지 토스터를 원했을 뿐]이라는 책을 접했을 때, 그리고 첫 장 (障)을 읽었을 때 이역만리 떨어진 외국에서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안도했으며, 심지어 책으로까지 나왔으니 이 책은 꼭 읽어봐야 할 책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물론 서점에서 읽은 첫 장(障)이 재미있었음은 두 말 할 필요도 없고.
그런데 거기까지였다.
이 책인 처음부터 끝까지 글쓴이의 넋두리와 하소연뿐이다.
세상의 기계는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자기 집에는 철 지난 예전 기계들이 쌓여 있으며 새로 산 기계들은 복잡해서 못써먹겠다는 내용만
빼곡히 들어차 있다.
내가 기대했던 것 그런 기계의 발달에 따라 반대 급부로 파생된 복잡함에 대한 인문학적인 내용을 바랬는데,
그것도 아니면 다양하고 재미있는 에피소드 같은 이야기들을 기대했는데,
자기 넋두리를 할 거면 뭐 하러 환경을 파괴하면서까지 책으로 냈는지 모르겠다는 얘기다.
자기 일기장이나 블로그에 쓸 것이지.
그래서 읽다가 포기했다.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반복적인 넋두리는 보는 사람을 지루하게 하고 짜증나게 하며 그냥 책을 덮어버릴 수 밖에 없도록 만들기 때문이었다.
책 고르기, 참으로 만만치 않다.
시간이 지날수록.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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