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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읽어주는 남자:엔딩 크레딧

고전 명작 다시 보기 (8) 밀리언 달러 베이비 - 꿈 그리고 가족

by Robin-Kim 2013. 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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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언 달러 베이비:

모든 상품이 1센트에 판매되는 1센트 가게에서 백만 불 이상의 가치를 가진 물건을 발견한다는 1970년대 한 미국 노래의 가사에서 유래

 

런던 올림픽 전이었나 후였나, 아무튼 그 즈음 두드림이란 TV 프로그램에 외국에서 활약중인 축구선수 구자철 선수가 나와 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다.

박지성 선수도, 김연아 선수도, 지금은 은퇴한 박찬호 전 선수도 에 대한 얘기를 하곤 했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김미경이라는 아줌마 강사가 방송에서 초대 손님들과 함께 꿈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다.

 

그것 하나만 보게 하고, 한 없이 그것에만 몰두하게 하고, 그것만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게 만드는 것.

.

 

 

 

로스앤젤레스에서 40년 동안 트레이너와 커트 맨(cut man: 권투 시합에서 트레이너 겸 지혈사)으로 활동하면서 소설을 써 온

보이드(Boyd, Jerry: 필명 F.X. )의 단편소설집 《불타는 로프: 코너로부터의 이야기들 Rope Burns: Stories From the Corner》에서

2개의 단편을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 7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남주 조연상 (모건 프리먼), 여주 주연상 (힐러리 스웽크),

감독상 (클린트 이스트우드)을 수상한 이 영화는 권투에 모든 것을 건 매기라는 여자의 이야기다.

 

지금이야 UFC와 같은 격투기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이 영화가 제작되고 개봉되었던 2003~2004년쯤만 해도

권투가 아직 유명세를 떨치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그런 권투는 현재의 격투기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오랜 시간 동안 팬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뭐 꼭 그래서라고는 할 수 없지만.

스크랩 (모건 프리먼)의 중저음으로 시작해 처음부터 몰입도를 높인 이 영화에서,

32살의 매기 (힐러리 스웽크)는 늦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한 때 지혈사였다가 트레이너로 전업, 꽤 성공한 트레이너면서 L.A에서 HIT PIT GYM이라는

권투 도장을 운영하는 프랭키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찾아가지만 여자를 가르쳐 본 적도 없고 선수로 키울 생각도 없는 프랭키는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아버지는 일찍 죽고 엄마는 140kg가 넘으며 오빠는 감옥에 가 있고 여동생은 생활비를 뜯어내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우울한 가족을 갖고 있는 매기는

식당에서 웨이트리스 생활을 하는 32살의 노처녀 매기가 유일하게 모든 것을 걸고 도전하는 것이 바로 권투다.

 

왜 하필 꿈이 권투인가,라는 어리석은 질문은 하지 말자.

그 누구도 어던 사람의 꿈을 평가할 수도 그 꿈에 값어치를 매길 수도 없다. 그 꿈은 오로지 그 꿈을 꾸는 사람에게만 가치가 있으니까.

그래서 매기는 늦은 나이에도, 웨이트리스 생활을 하며 손님이 남긴 음식을 싸 가는 어려운 생활을 하면서도

프랭키를 찾아간 거니까.

 

 

그런 꿈을 이루기 위해 6개월 치 회비를 선납하고 꾸준히 그리고 너무도 열심히 운동을 하며 체육관을 나오는 매기를 외면할 수 없던

체육관 관리인 스크랩 (모건 프리먼). 선수 시절 109번째 경기에서 지혈사였던 프랭키의 의견을 무시하고 경기를 15라운드 끝까지 플레이하고는

패배 후 한 쪽 눈을 실명하고는 은퇴, 프랭키를 도와 체육관 관리를 하던 그는 매기의 열정에 조금씩 권투를 가르쳐 주자 프랭키 역시

어쩔 수 없이 그녀의 트레이너가 된다.

 

그런 그가 매기에게 내세운 철칙 하나. 스스로를 보호하는 것이 우선이다.

 

 

 

프랭키의 도움을 받은 매기는 실력이 일취월장하여 32살에 정식으로 시작한 권투라는 세계에서 1년 반 만에 챔피언 타이틀전까지 가게 된다.

하지만 그 타이틀 전에서 반칙으로 유명한 일명 블루 베어에게 라운드가 종료된 후 방심을 하다 불의의 일격을 당하고는 나무 의자 위로 쓰러지며

전신 마비가 되고 호흡기 없이는 살 수 없게 되었으며 심지어는 너무 오래 누워 있어서 욕창이 나는 바람에 한 쪽 다리를 절단하게 된다.

 

이 상황에서 그녀는 꿈을 이룬 것일까, 아니면 꿈을 이루는데 실패한 것일까.

 

전 무언가를 해냈고, 세상을 봤어요. 사람들은 내 이름을 환호했고 잡지에도 나왔으며 언제 그런 꿈을 꿔보겠어요.

 전 저체중으로 태어났어요. 아빠는 내가 세상에 오기 위해 힘들게 싸웠다고 했어요. 떠나는 길도 그렇게 가고 싶어요.

 더는 바라는 게 없어요. 난 원하던 모든 것을 했고 가져봤어요. 그걸 빼앗기게 하지 말아주세요.

 그 환호소리가 안 들릴 때까지 여기 누워있게 하지 말아주세요

 

프랭키에게 자신을 안락사 시켜줄 것을 부탁하며 나즈막한 목소리로 매기가 한 이야기를 통해 나는 그녀가 꿈을 이루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녀의 꿈은 권투를 통해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아니라, 권투를 통해 인기를 얻고 명성을 얻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오로지 권투 그 자체 있었으며

짧은 시간 만에 챔피언 타이틀전까지 가진 그녀는 결국 그 꿈을 이룬 것이다.

 

 

 

하지만 현재 자신의 상태가 한 발짝 더 나아간 꿈을 꾸기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는 마지막 꿈을, 자기가 이뤘던 꿈을 잊기 전에

편안히 죽고 싶다는 꿈을 프랭키에게 전달한 것이다. 긴 고민 끝에 그녀의 요구를 들어준 프랭키는 어디론가 사라진 후

다시는 체육관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는 처음과 마찬가지로 스크랩의 중저음 나레이션으로 끝을 맺는다.

 

혹자는 물을 것이다. 이 영화는 권투 영화인가? 또 다른 사람은 물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꿈에 관한 영화인가?

 

이 영화는 권투 영화가 아니다.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권투가 등장하긴 하지만 권투 영화는 아니다.

그렇다고 꿈에 관한 영화도 아니다. 위에서 내가 주구장창 얘기한 것이 이었다고 이 영화가 꿈에 관한 영화라고 생각하면

한 발짝쯤 옆으로 비켜서 있는 것일게다.

 

이 영화는, 이 영화가 주는 감동은 가족이다.

 

이혼 후 프랭키가 딸 케이티에게 매월 보낸 편지는 항상 되돌아 온다.

전신마비가 된 매기를 보러 온 그녀의 가족은 유니버셜 스튜디오와 디즈니랜드에서 6일간이나 놀다가 병원을 방문해서는 그녀의 전 재산을 가로채려 한다.

이런 가족들의 틈바구니에서 프랭키와 매기는 트레이너와 선수를 넘어서 아버지와 딸 같은, 아니 그것보다 더 가까운 관계를 그리고 있으며

그것은 프랭키가 매기에게 지어준 별명인 모쿠슈라 (게일어로 내 혈육이라는 뜻)'에서 명확히 전달되고 있다.

어쩌면 서로 말은 안 했지만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기에 매기는 프랭키에게 마지막 가는 길을 부탁할 수 있었고,

프랭키는 그 부탁을 들어줄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헐리우드의 전설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배불뚝이 아저씨로 변신한 모건 프리먼.

두 사람의 연륜만큼이나 훌륭한 두 사람의 연기에 힐러리 스웽크의 젊음이 더 해진 이 영화는

그렇게 가족이라는 감동을 우리에게 선물하고는 끝을 맺는다.

 

천명관의 소설 '나의 삼촌 부르스 리'라는 책을 보면 다음과 같은 얘기가 나온다.

 

어린 시절 떼를 쓰거나 응석을 부릴 대상이 부재했던 이들은 결코 꿈을 가질 수 없다.

자신의 꿈을 받아줄 이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는데 무슨 꿈을 꿀 수 있을까?

 

그렇다. 꿈은 결국 가족인 것이다.

다시 생각해도 가족인 것이다.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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