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꽤 좋아하는 밴드 동물원의 노래 중에 '혜화동'이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 오늘은 잊고 지내던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네
내일이면 멀리 떠나간다고
어릴 적 함께 뛰놀던 골목길에서 만나자 하네
내일이면 아주 멀리 간다고
덜컹거리는 전철을 타고 찾아가는 그 길
우린 얼마나 많은 것을 잊고 살아가는지
어릴 적 넓게만 보이던 좁은 골목길에
다정한 옛 친구 나를 반겨 달려오는데
(중략)
우린 얼마나 많은 것을 잊고 살아가는지]
가사가 참 정겨운 이 노래는 사실 혜화동에 대한 얘기는 전혀 없지만
들을 때마다 혜화동을 떠 올리게 합니다.
그리고 꽤 깔끔한 연애소설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의 배경도 혜화동이지요 (이화동이라고 해도 되지만).
이처럼 무언가 우리를 아련하게 만들지만 이제는 공연과 젊음의 거리가 된 혜화동 그리고 대학로.
서울에 살면서 그리고 수도 없이 그 곳을 드나들면서 왜 기록으로 남기지 않았을까 자책하면서
날씨 좋은 어느 일요일 카메라를 들고 나섰습니다.
* 한성대 입구역 4번 출구를 나와 직진하면 오른쪽으로 보이는 혜화문.
추천하는 혜화동 출사 혹은 산책 혹은 탐방 코스는 아래와 같습니다.
* 한성대 입구역 4번 출구- 서울 성곽길-낙산 공원-마로니에 공원-대학로
-필리핀 거리-대학로 성당-한성대 입구역
이렇게 둘러 본다면 혜화동의 대부분을 빠지지 않고 볼 수 있으며,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틀리겠지만 3~4시간 정도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참, 필리핀 거리는 일요일에만 생기니까 참고하시길!
* 오른 쪽에 혜화문이 보일 때쯤, 왼 쪽으로는 서울 성곽길 입구가 나온다.
* 성곽길로 가는 계단을 올라가면 왼 쪽으로 온 갖 고철을 모아 놓은 고물상이 보인다.
내 인생, 저런 고물은 아니겠지.
* 보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탁 트인 전경. 하지만 이건 약과다.
여기서 조금만 다가면 더 황홀한 경치가 펼쳐진다.
조선 시대에는 4대문 안 쪽이 한양, 말 그대로 반도의 중심지였기 때문에
그 외곽을 성벽으로 둘러서 출입을 통제했다고 하는데요,
그 역사적 유물이 한국 전쟁 이후로도 아직 남아 있는 것이 신기합니다.
이런 소중한 문화 유산, 잘 보존해야겠지요.
* 성벽길. 담쟁이들이 고즈넉한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있다.
* 성곽길의 이모저모. 방향 표지판도, 밤에 성곽길을 밝혀줄 전등도, 보라색 예쁜 꽃들도 모두 각자의
역할을 하며 성곽길을 돋보이게 해준다.
* 아직도 혜화동에는 옥상에 항아리를 둔 집이 있다. 나 어릴 때 우리 집 옥상에도 항아리가 있어서
된장이나 간장을 퍼오라는 할머니 심부름을 곧잘 했었던 기억이 있는데, 이제는 그런 것들이 아련한
추억으로만 남게 되는 것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 파란 하늘 아래 장독대가 있는 어느 집 풍경.
*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다. 어영차, 힘 내서 가자.
* 성곽길과 그 주변 동네의 다양한 모습. 작은 사진을 클릭해 보세요~
* 어느 덧 가을인가 보다. 가을의 전령사 코스모스와 함께 다른 꽃들이 시간이 그만큼 지났음을 알려준다.
* 무엇을 하는 가게일까. 허름한 건물 외관과 대조되는 '행복'이라는 두 글자가 가슴에 새겨져 떠나질
않는다. 그러고 보면 행복이란 눈에 보이는 것과 언제나 정비례하는 것은 아닌가 보다.
낙산 공원을 흔히들 '서울의 몽마르뜨 언덕'이라고 합니다.
몽마르뜨 언덕을 가 본적이 없으니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마도 그 곳에서 바라본 도심 풍경이 아름답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데요,
성곽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낙산공원 근처에 벤치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거기서 한숨 돌리며 바라보는 서울 시내의 풍경은 정말 숨이 막히게 합니다. 한 번 감상해 보실까요?
* 날씨가 좋은 날은 이처럼 파란 하늘과 하얀색 구름이 만들어 놓은 풍경에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도심이
상당히 아름답다. 사진을 원본 사이즈로 보면 그 느낌이 더한데, 올릴 수 있는 사진 크기가 작아 그 느낌이
안타까울 뿐이다.
* 드디어 낙산 공원.
사실 낙산공원은 꽤 오래 전 와 보고 그 기록을 포스트에 상세히 정리해 놓은 적이 있어서
이번에는 그냥 훑어 가기로만 했습니다.
낙산 공원의 상세한 포스트는 아래를 클릭해 주세요~
* 낙산 공원 바로 앞에 위치한 집. 한가로운 휴일 오후 널려 있는 빨래와 아기자기한 색감이
예쁜 모습을 만들어 낸다.
* 낙산 공원 안 쪽에서 본 성벽. 남한 산성의 그것과 꽤 많이 닮은 것이
비슷한 시기에 지은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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