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주말 오후 TV를 틀어 놓은 채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가뜩이나 아무도 없는 집에 TV 소리마저 없으면 너무 적막할 것 같아
청소를 할 때나 설거지를 할 때는 TV를 자주 틀어 놓는다.
운치있게 말하자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의 고독이랄까 --;. 그냥 청승이라고 해두자ㅠㅠ
뭐 어쨌든 그 덕에 지난 겨울에는 역전의 여왕이라는 재미있는 드라마도 건졌으니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나름 좋은 생활 습관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렇게 설거지를 하는데 귀에 걸리는 음악이 있었다.
드라마 배경 음악도 아니고 쇼 프로에 출연한 가수가 부르는 노래도 아닌, 광고 배경음악이었다.
들리는 소리에 무슨 광고였더라 생각하다가 이내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TV로 시선을 돌리게 만든 광고음악은
다름 아닌 휘파람으로 가득 찬 기아자동차 올뉴모닝의 광고 음악이었다.
뉴멕시코대 연구팀은 라이브 사이언스 닷컴에서 "인간 게놈은 1천 개 이상의 후각 관련 유전자를 가지는데
이는 약 300개 정도인 눈의 광수용체 관련 유전자에 비해 3배나 많다”고 했는데
비염이 있는 나로서는 후각도 좋지만 청각이 좀 더 발달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가끔은 든다. 어쨌든.
사실 광고가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아 매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모델에 의해서든, 섹스어필에 의해서든, 혹은 파격적인 영상을 통해서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중에서도 Design Identity를 가장 먼저 꼽고, 그 다음으로 BMG을 꼽는다.
Design Identity는 말 그대로 해당 브랜드 어떤 종류의 광고를 만들든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아, 그 광고구나’라고 알 수 있는 시각적인 브랜딩 기법 중 대표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고,
BGM은 청각을 활용한 브랜딩 기법으로 대표적인 예가 앞서 얘기한 올뉴모닝 외에도
현대카드 및 투산 ix 등의 광고 들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배경음악으로 브랜딩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인 현대카드 광고를 한 번 보자.
Peter fox의 Alles Neu라는 연주곡을 배경음악으로 계속 써온 현대카드는 이제 이 음악만 들리면 자동으로
현대카드 광고가 연상될 만큼 성공적인 광고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그 이면에 존재하는 막전 막후의 보이지 않는 이야기는 둘째 치고라도.
사실 같은 대행사 만든 광고 중에 현대 카드 보다 먼저 배경음악으로 브랜딩을 한 사례가 있었으니
바로 투산 ix 자동차 광고다. 전형적인 자동차 광고에서 벗어나 젊은 층을 타겟으로 성적 소구를 했던 이 광고는
배경음악으로 그 효과가 배가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이후 지속되는 캠페인에서 사용된 동일한 배경음악은
이제 그 음악만 들으면 ‘아 투산 광고구나’라고 할 정도가 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최근에 가장 귀에 걸린 배경 음악은 ‘리듬 앤 밸런스’라는 여성 음료 광고의 그것이다.
제품 이름을 활용해서 자체 제작한 것으로 생각되는 이 음악은,
말 그대로 제품 이름이 그대로 들어 있으면서 따라 부르기 쉬워 듣고 있으면
저절로 흥이 나서 따라 중얼거리게 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제는 도입부의 베이스 (아마 베이스임이 확실할 것이다) 소리만 들어도
한예슬 편인가 장윤주 편인가를 궁금하게 만든다.
이처럼 광고의 배경음악은 어떤 걸,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광고 효과를 엄청나게 올려줄 수 있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게 되었다.
사실 배경 음악 까지는 아니더라도 ‘징글’이라는 효과음을 사용해서 브랜딩을 한 사례는
과거에도 인텔과 SKT처럼 여럿 있었다.
짧지만 브랜드를 상징하는 효과음으로 사람들은 쉽게 그 브랜드를 연상시킬 수 있는 효과를 가지게 되니
잘만 사용하면 이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이 있을까 싶기도 하다.
배경 음악이 됐든 짧은 징글이 됐든 이젠 사운드-소리-가 광고에서도 주목 받는 시대가 정착됐다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광고 만드시는 분들, 생각할 게 점점 많아지는 듯 하니 불행인지 다행인지 뭐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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