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뉘는 듯 하다.
주위에서 정말 괜찮다, 꼭 봐라, 안 보면 후회한다 등의 얘기로 인해 ‘한 번 볼까’라는 생각을 하다가 그것이 생각으로만 끝나는, 그렇다고 결코 아쉬움이나 미련 따위는 오래 전부터 증발해버린.
또 한 부류는 특별한 추천이나 권유도 없었고, 그렇다고 흥행을 엄청나게 했던 영화는 아니지만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끈질기게 나를 따라다녀서 꼭 봐야 할 것만 같은 그런 영화.
물랑루즈가 나에겐 후자의 영화였다.
개인적으로 현역에서 활동하는 최고의 미인으로 꼽는 니콜 키드먼이-개인적으로는 오드리 헵번, 아네트 베닝, 니콜 키드먼이 헐리 우드 미녀 배우의 계보를 잇는다고 생각한다!-출연해서라는 이유는 둘째 치고라도, 김연아의 피겨 스케이팅 배경음악으로 사용되어 널리 알려진 ‘록산느 탱고’라는 음악은 차치하고서라도, 1900년대 프랑스의 극장 쇼에서는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에 대한 호기심은 결국 이미 개봉한 지 10년이 된 영화를 보게끔 만들게 했다.
영화 전반에 걸쳐 등장하는 화려한 색상을 통한 시각적 아름다움, 독특한 카메라 워킹과 촬영 기법, 탭 댄스 안무곡으로 개인적으로 친숙한 ‘레이디 마멀레이드 (Lady Marmalade)’라는 노래와 화려한 춤들.
영화를 보고 기억에 남는 것들을 열거하자면 아마 저런 단어들일 것이다. 아, 독특한 색감처리와 니콜 키드먼의 늘씬한 다리와 몸매 정도가 더 있을 수 있겠다.
‘사랑의, 사랑에 의한, 사랑을 위한’이라는 것이 이 영화의 주제라고 생각되긴 하지만, 그것을 전달하는 방식이 뮤지컬의 형식을 빌린 일종의 예술 영화인 줄 미리 알았다면-이미 ‘블랙 스완’으로 예술영화와 나는 선천적으로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결과를 체험한 뒤였기에- 아마 난 이 영화를 선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고, 그 전에 나를 끈질기게 따라다니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이완 맥그리거나 니콜 키드먼의 연기가 나빴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마음에 쏙 들 정도 훌륭했다.
하지만 영화는 배우나 감독에 의해 선택 되는 것이 아니라 내용과 형식에 의해 선택해야만 후회가 없음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 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영화로 기억에 남게 되었다. 어쩌면 보지 않았다면 끝까지 ‘보고 싶었을’ 영화로 남아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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