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끄적거림

'그 어떤 사람'

by Robin-Kim 2011. 2. 27.
728x90
반응형

 

 

얼마나 많이 기다렸는지
너를 내게서 깨끗이 지우는 날
습관이란게 무서운거더군
아직도 너의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사랑해 오늘도 얘기해 믿을수 없겠지만
안녕 이제 그만 너를 보내야지
그건 너무 어려운 얘기

(롤러코스터, 습관 中)

-------------------------------

 

과연 따뜻해지긴 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몸서리치게 춥던 날씨가 어느 순간 갑자기 풀리더니 부슬부슬 비가 내렸다. 긴 겨울의 끝자락에 내린 비라 봄 비라고 생각했건만 비가 그치고 나면 다시 추워진다니 따뜻함을 기대하긴 조금 이르다는 생각도 들긴 한다.

유난히 추위를 타던 너라는-사실 옷을 얇게 입고 다닌 이유이긴 했지만- 기억이 떠 올라 이젠 좀 괜찮겠구나 싶었는데 다시 추워진다니 네가 맞이할 봄은 이렇게 애간장을 녹이며 한 걸음씩 오는 구나.

 

사실 너와 나 사이에 라는 공통분모가 그 어느 기억에도 없는데 오랜만에 내리는 비에 하염없이 네가 떠오르는 이유를 나도 몰라서 안절부절 못하고 담배를 피며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보다 부산스럽게 집안 일을 하다 책을 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버린 어느 일요일 오후.

 

  

 

마음을 정리하고자 소리 나는 전자제품-이를 테면 TV 같은 것-을 모두 끄고 조용하게 집 안을 만들고는 예전에 읽었던 책을 꺼낸다. 그리고는 읽으면서 밑줄 친 부분을 찾아 다시 한 번 그 부분을 읽어보며 가슴에 담고는 나중에 또 한 번 되새김질 하기 위해 공책에 적는다. 벌써 10년 전부터 하던 일인데 아직 작은 공책의 반 밖에 안 채웠으니 그 동안 많이 게으르긴 게을렀나 보다.

 

이따금씩 시간 날 때면 그 공책을 펼쳐 적어두었던 소중한 구절들을 읽어보곤 하는데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사람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감정, 경험하면서 가슴에 담아두었던 얘기들이 한 글자 한 글자 눈에 읽히고 가슴에 새겨진다.

 

그래, 결국 정답은 사람에 있다.

있는 것 같다라고 가정하지 않고 있다라고 단정하는 이유는 가슴 절절이 느끼고 또 느끼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도 사람 이야기고, 즐겨보는 생활의 달인이나 다큐멘터리 3도 사람 이야기고, 쌓아두고 읽는 책들도 사람 이야기며, 직업인 광고도 결국엔 사람이 주인공이니 사람을 벗어나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가 살아가는 이유가 결국은 사람이 아니던가.

사람 이야기에 눈물 짓고, 사람이야기에 털털 웃고, 사람 이야기에 가슴이 알싸해지는 것은 결국 그 중심에 사람이 있어서가 아니던가.

 

너도 그 사람중에 한 명이었다면 조금은 아쉬워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렇다고 조금은 특별한 사람이라고 하기엔 내가 너무 못나 보이고 약해 보여서, 굳이 정의하자면 그 어떤 사람정도라고 해두는 것이 어떨까라고 혼자 생각해 본다.

 

어둠이 머리 꼭대기까지 차 오르니 비가 그친 듯하다. 창 문을 열어보니 물기를 머금은 특유의 비 냄새가 코 끝으로 확 다가온다. 서서히 다가오는 봄만큼이나 서서히 물러가는 겨울의 심술에 몸 조리 잘 하렴.

 

안녕-

그 어떤 사람’.

 

Leggie...

728x90
반응형

'끄적거림' 카테고리의 다른 글

MP3 Player  (0) 2011.03.19
잘 사니?  (0) 2011.03.06
더 이상 사랑이 아닐 때  (0) 2011.02.15
바다가 시작되는 곳은 어디일까.  (0) 2011.02.14
맞물리지 않은 추억-쎄시봉  (0) 2011.02.04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