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즈막히 눈을 떴다.
금요일에 시작한 비염 치료 때문에 양 눈썹 사이에 부처님처럼 빨간 점이 생겼다.
생각보다 많이 흉하지는 않은데 남들이 보기엔 어떤지 모르겠다.
TV를 잠깐 보다가 얼마 전 홈 쇼핑을 통해 산 빅마마 스테이크와 어제 무친 콩나물과 함께
배고픔을 달랬다.
빅마마 스테이크는 딱히 맛있어요라고 엄지손가락을 세워주지는 못하겠다.
매 주말 반찬 만들기가 귀찮아서 큰 맘먹고 한 번 사봤는데 그냥 먹을 만한 정도랄까.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블랙 스완’이라는, 나탈리 포트만이라는 여 배우가 얼마 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는
그 작품인데 반도 못보고 졸려서 잠이 들었다.
기억나는 거라곤 나탈리 포트만의 작은 가슴과 알이 꽉 찬 종아리뿐.
예술 영화는 나와는 맞지 않는가 보다.
잠에서 깨서는 다시 밥을 먹었다.
그리고는 ‘나는 가수다’라는 TV 프로그램을 보며 그런 좋은 가수들과 한 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꼈다.
담배를 끊기 위해 붙인 금연 패치를 떼고 새 것으로 바꿀까 말까 하다 내일 아침에 바꾸기로 했다. 역시 담배 끊는 데는 금연 패치와 공갈 담배만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는 염색을 했다.
요즘 부쩍 흰머리가 많이 늘어서 꽤 오래 전에 구매한 염색기로 염색을 하고는 책을 약간 읽었다.
최근 읽고 있는 ‘김대중 자서전’인데 자서전을 읽는다기 보다는 대한민국 근 현대사를 읽는 느낌이다. 몰랐던 새로운 사실들에 알 수 있는 좋은 책인 듯싶다.
그리고는 이 시간이 됐는데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일요일 오후에 ‘차나 한 잔 하자’라든가 ‘밥이나 먹자’라든가 하는 연락 따위는 없어진 지 오래다.
이따금씩 전화기를 보는 이유는 집에 시계가 없어서 몇 시인가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제 하루를 마무리함과 동시에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해야 하는 시간이 한 걸음씩 빠르게 다가온다. 왜 어른들이 누군가와 함께 살아야 한다고 하셨는지 알 듯 하다.
그리고 그런 깨달음의 순간 사이로 너는 오늘 어떻게 보냈는지 궁금해졌다.
그냥 그것이 궁금해졌다.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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