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아가면서 ‘추억’이란 것을 빼면 과연 무엇이 남을까.
꿈을 안고 앞만 보며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도, 사회적으로든 개인적으로든 그 어떤 성과를 이루어 남들이 부러워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도,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하며 마치 ‘너 아니면 안 되’라고 말하는 불타는 눈 빛을 보내고 있는 연인들도
‘추억’이라는 것을 빼면 과연 그 사람의 몇 %나 남게 될까.
벌써 몇 번인지, 아니 몇 년인지 모르겠다.
'기어이 오늘은'하고 마음을 단단히 먹고 MP3 플레이어에 들어 있는 곡들을 정리할 때마다 살아 남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쉽게 지우게 되질 않는 노래가 한 곡 있다.
[트윈 폴리오]의 '웨딩케익'.
나의 뇌 구석구석을 뒤져서 내 추억의 막다른 곳까지 가더라도 나는 그들과의 연결 고리가 없다.
40년 정도 되는 내 기억 속에 '화개장터'라는 노래 한 곡으로, 어린 시절 안성기/이미숙/김수철 주연의 영화 '고래 사냥'의 주제가와
그 당시 동네 어귀에 있던 담배 가게에는 정말 예쁜 누나 (아가씨)가 있을까를 궁금하게 했던 송창식 아저씨의 노래 몇 곡 정도니까.
아, 학창시절 소풍을 가면 레크레이션 시간에 불렀던 김세환 아저씨의 '가방을 둘러 맨~'하는 노래도 있긴 했지만
그들의 엄청난 인기라든지 대단한 활약상과 내 기억은 도저히 맞물리는 곳이 없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다. 나는 왜 얼마 전 [놀러와]의 '쎄시봉' 특집을 보면서 여러번 울컥 했을까.
우리 부모님 세대, 아니라면 적어도 막내 삼촌 세대가 더 공감할 수 있는 그런 가수들과 그런 노래들과 그런 분위기에 왜 나는 눈물이 여러 번 났을까.
단순히 '나이가 들어서'라는 주변의 지나가는 농담 아닌 농담을 손가락에 걸어 가까이 당겨 본다면,
어느 새 알아듣지도 못하게 되어 버린 '아이돌'이라는 단어로 무장한 '아이들'이 점령해 버린 TV와
가요 프로그램에 적응하지 못하는 나이가 되어 버렸으니 농담이 농담만은 아닌 듯하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박완규가 다시 합류한 부활에 기대감이 충만하고,
아직까지 김광석이라는 이름 세 글자에 가슴이 설레이는 이유라면 이유인가 싶기도 하다.
그래도 한 때는 서태지와 듀스에 열광했던 그리고 신세대와 X세대라는 신조어를 통해 사회의 주목을 받았던 세대였는데라는 짧은 탄식을 해보지만,
흐르는 시간에 나도 모르게 몸을 맡기면서 변해가는, 아니 순응해가는 내 가슴을, 내 감정을, 내 기억을 천천히 그리고 따뜻하게
어루만져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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