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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거림

차(茶)에 관한 이야기

by Robin-Kim 2011. 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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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차를 그다지 자주 마시는 편은 아니다. 아니, 자주 마시지 않는다기보다는 거의 마시지 않는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인 듯하다.

 

그 이유들을 가늠해 본다면 첫 번째는 습관적으로든 특별한 이유에 의해서든 꼭 차를 마셔야 하는 필요성이 없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이제는 우리 주위에 흔하디 흔하게 된 커피 집에 비해 찻집은 인사동에나 가야 쉽게 만날 수 있을 만큼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쩌다라도 찻집에 가게 되는 일이 생긴다면 종류에 상관없이 꼭 우려 마실 수 있는 차를 마신다.

완제품으로 내가 앉은 탁자까지 배달된 차는 왠지 차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인데, 차는 기다림이라는 이상하리만치 고집스러운 생각 때문인 듯하다.

티 포트에 찻잎을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그 차의 고유한 맛이 우러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천천히 입 안에서 음미하고 넘겨야 

차를 마시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나 할까.

어쩌면 진공관을 켜고 음악을 들을 수 있을 때까지 예열되는 시간 동안 기다려야 하는 그런 설렘과 같은 느낌을 느낄 수 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차는 기다림이라는 생각을 버리지 못한다.

 

아마 서양사람들도 같은 생각이었을까.

그들은 커피를 마시는 시간을 ‘Coffee Break’라고 하는 반면 차를 마시는 시간을 ‘Tea Time’이라고 한다.

커피가 쉬어가는 시간을 뜻한다면 차는 마시기 위해 시간을 필요로 하는데다 마시면서 차분히 시간을 갖고 생각을 정리하거나

대화를 위한 시간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그럴 것이라는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우리 나라에도 茶道라는 것이 있는 것을 보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차는 기다림의 소중함을 주는 존재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또 하나, 이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단어가 되어 버린 찻집이라는 단어에 관한 얘기를 빼 놓을 수 없다.

차보다는 커피가 훨씬 더 인기 있는 한국에서는 카페라는 단어가 이 시대를 점령하고 있지만 내가 어릴 때만해도 찻집이라는 말을 꽤 많이 사용했었다.

물론 그 찻집은 차만 파는 곳이 아닌 커피도 팔고 주스도 파는, 쉽게 얘기하자면 카페와 비슷한 뜻을 가진 단어이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찻집에서 얘기하자라는 단어가 훨씬 빈번하게 쓰였던 것은 카페라는 단어에서 쉽게 연상되는

커피, 서구식 문화 보다는 왠지 조금 더 편안한 것 같고, 왠지 조금 더 친근한 것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나는 찻집이라는 단어가 주는 묘한 기분, 시간을 더듬어 올라가는 그런 기분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차에 관한 개인적인 바램이라면 하루가 멀다 하고 늘어는 카페 (커피 전문점)의 절반이라도 찻집이 늘었으면 좋겠다는 단순한 것이다.

오며 가며 손에 들고 다니면서 마실 수 있는 커피도 좋지만 느긋하게 앉아서 차가 우러날 때까지 기다리면서

마주 앉은 사람과 조용히 얘기할 수 있는 그런 찻집이 많다면 조금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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