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대를 지나 공룡 발자국을 보기 위해 본격적인 해안 탐사에 나섰다.
이러지라 구불구불한 계단을 내려가면 해변에 도착하게 되는데
그에 앞서 눈을 즐겁게 해주는 것들이 있었으니 바로 작게 솟은 봉우리들이었다.
이 봉우리들 역시 아주 오랜시간 동안 퇴적물이 쌓여 생긴 봉우리로 추정되는 것이
깎여진 부분에 퇴적층이 보이기 때문이다.
더 대단한 것은 이 퇴적물 위에 식물이 자리 잡고 산다는 사실이다.
생명력이란, 그 어떤 것보다 대단하고 질긴 것 같다.
* 작은 봉우리 위 소나무들. 저 하늘에 무엇이 있어서 저렇게 하늘로 계속 손을 뻗는 것일까.
* 퇴적층이 쌓이고 쌓여 이루어진 봉우리, 아니 언덕. 몇 억겁의 시간이 흘러 이렇게 나를 만났을까.
* 바다. 얼마만에 보는 바다던가. 목적은 바다 그 자체가 아니었지만 목적이 지금 이 순간 중요하랴.
그냥 바다가 중요한 것 아니겠는가.
* 검푸른 바다 위 저 붉은 부표는 무엇일까. 누가 이렇게 색의 조화를 만들어냈을까. 만약 저 부표가 빨간색이
아니었다면 어찌해야 했을까.
* 이것이 바로 공룡 발자국. 수 만년 전의 시간과 지금 이 시간이 교차하는 영화 같은 순간.
* 공룡은 왜 바다 쪽으로 향했을까. 저 위에 먹이가 있어서였을까, 아니면 짜지만 바닷물을 마시기
위해서였을까. 몇 만년의 시간이 흘러 발자국의 의미를 생각해 보는 내 모습에 갑자기 웃음이 나온다.
* 대한민국 경치가 아름답다더니 정말 그렇다. 관동 팔경에 버금갈큼 멋있는 풍경이다.
* 파도는 무슨 한이 있어서 이리도 바닷가에 와서 부딪치는지, 그것도 부드러운 촉감의 해변이 아닌 메마르고
딱딱한 돌 바위에. 속에 맺힌 것이 많으면 그만큼 뿜어낼 것도 많은 것이겠지.
그렇게 파도는 쉴 새 없이 바닷가에게 자신의 한을 풀어 놓는다.
* 누군가 그랬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바다가 아니라 바닷가라고. 두 발을 딛고 서서 바라보는 바다를
좋아한다고. 막상 망망대해 한 가운데로 나아가면 그것은 더 이상 동경의 대상이 아닌 공포의 대상이
된다고. 사람이란 그리도 간사한가 보다. 현재 내 위치에 따라 대상을 좋게도 보고 나쁘게도 보니 말이다.
* 저 멀리 낚시하는 사람들을 보니 많은 생각이 든다. 백악기 시절 공룡과 함께 낚시를 하는 기분이 어떨까.
이제부터는 관동팔경에 버금가는 고성 바닷가 풍경을 '대사' 없이 한 번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보기로 했다.
경남 고성 박물관은 박물관의 존재 가치 이외에 참 많은 것을 보고 느끼게 해준 아름다운 곳이었다.
대한민국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이 참 다행이다 싶었다.
* 다시 출구로 나가기 위해 왔던 길을 거슬러 올라가는 동안 만난 귀여운 공룡 모형들. 이 모형들로 인해 우리
아이들이 공룡과 조금 더 친해져서 역사를 제대로 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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