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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읽어주는 남자:엔딩 크레딧

고정 명작 다시 보기 (26): 트루먼쇼- 어쩌면 우리 모두는 트루먼일지도 모른다

by Robin-Kim 2014.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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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후반이었나 1990년대 초반이었나, 아무튼 꽤 오랜 시간 전에 대한민국에 폭풍을 몰고 온

TV 프로그램의 한 코너가 있었는데 바로 몰래 카메라였다.

스타 연예인들을 대상으로 엉뚱하고 황당한 상황 연출을 통해 그들이 어던 반응을 보이고 어떤 행동을 하는가를 가감없이 보여주면서

당시 국민들에게 큰 호응을 받았는데 이후 비슷한 형태의 코너들이 속출할 만큼 그 인기는 대단했었다.

외국에서도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몰래 카메라가 큰 호응을 입어 아직까지도 방송된다고 하니

사람이란 다른 사람들의, 특히 연예인들, 행동을 몰래 바라보면서 쾌감을 얻는 '관음증'을 누구나 갖고 있는 듯하다.

 

물론 이렇게 몰래 카메라 수준에서 끝난다면야 당하는 사람도 기분 좋게 한 번 웃고 지나갈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당하는 사람도 모르는 사이에 이런 몰래 카메라가 수 십 년이 지속되었을 경우다.

본인도 모르게 내 주변 사람, 주변 환경들이 각본과 대본에 의해 짜여 있다면 그리고 그 사실을 오랜 후에 알게 되었다면 그 당사자의 심정은 어떨까?

 

그런 당사자의 심정을 극적으로 표현하며 많은 생각할 거리를 안겨 준 영화가 있으니 바로 [트루먼 쇼].

 

 

[마스크] 이후 헐리우드의 대표적인 코메디 배우로 이름을 남긴 짐 캐리는 이 영화에서 자신의 연기 인생에 반전을 가져올 변신을 시도한다.

단지 '웃긴 배우'가 아닌 인간 본연의 심리를 연기하면서 새로운 이미지에 도전하게 되는 것이다.

어찌 보면 짐 캐리에게도 꽤나 어려운 도전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드는 것이, 영화가 성공하면 모르겠지만 만약에 흥행에 실패라도 한다면

'역시 짐 캐리는 웃겨야 돼' 혹은 '짐 캐리의 진지한 연기는 어울리지 않아'라는 꼬리표를 남기며 코메디 배우로써의 이미지만

더욱 강하게 남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히 영화는 성공했고 덕분에 짐 캐리는 성공적으로 이미지를 변신했다.

 

트루먼은 출생부터 드라마의 주인공이었다.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출생부터 성장, 그리고 사랑과 결혼까지 거대한 세트장이라는 공간에서 본인만 그 사실을 모른 채

수십 년을 살아가는 100% 리얼리티 드라마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모든 것이 연출된 작위적인 상황에서 본인의 행동 하나하나와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그대로 전파를 타고 지구상의 수 많은 사람들이

그 드라마를 지켜 보고 있으며 드라마 연출자는 시청률을 높여 보다 많은 광고 수익을 올리기 위해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선물할

인위적 상황을 만들어 내는데 몰두한다.

정작 주인공인 트루먼 본인만 그 사실을 모른 채.

하지만 어느 날부턴가 자신의 주변에서 연이어 벌어지는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들 속에서 결국 그 사실을 알아 챈 트루먼은

그 거대한 세트장을 탈출하기 위한 시도를 감행하기 시작한다.

 

* 트루먼을 활용해 시청율을 올리기 위해 노력 중인 드라마 PD

 

어쩌면 이 영화는 단순히 몰래 카메라에 의한 관음증을 충족하려는 사람들의 심리를 그린 것이 아닌 것인지도 모른다.

100% 리얼리티 상황에서 벌어지는 다른 사람의 삶을 보며 기뻐하거나 슬퍼하거나 하는 인간의 관음증 보다는

몰래 카메라의 주인공으로써 본인만 그 사실을 모른 채 수십 년간을 살아온 사람이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

그러니까 본인이 수 많은 사람들의 관음증의 대상이라는 사실을 인지했을 때 가질 수 밖에 없는 처절한 인간 본연의 심리를

그린 영화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생각해 보자.

아버지라고 믿었던 사람이, 소위 '불알 친구'라고 믿었던 친구가, 사랑하는 존재라고 여겼던 아내가, 늘 환한 웃음으로 인사를 건네던 이웃이

모두 본인의 일생을 다룬 리얼리티 드라마를 위한 조연들이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그 상실감은 도대체 무엇으로 어떻게 표현될 수 있을 것인가.

 

 

* 젊은 시절의 트루먼도 모두 만들어진 가짜였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트루먼 쇼의 세트장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똑같은 목표를 부여 받고 비슷한 교육을 받으며 성장해 가고 성인이 되어서도 목표는

너와 내가 다를 바 없이 같은 설정으로 살아가는 것이 현실을 감안하면 이미 짜여진 각본대로 산다고 해도 무방하다고 할 수 있으니

만천하에 공개되었느냐 아니냐만 제외하면 우리는 트루먼의 인생을 살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지 않을까?

 

반대로 생각하면 나아가서 워낙에 뒷담화를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 특성 상 나도 모르게, 아니 나만 모르는 사실과 다른 소문이 무성하게 자라고 자라

나와는 전혀 다른 내가 다른 사람들의 머리 속에 그리고 대화 속에 존재하는 상황들이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어쩌면 우리 대부분은 트루먼이라는 희생양을 스스로 만들어 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신 스스로가 또 다른 누군가들에 의해 트루먼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은 채.

 

결국 스스로 트루먼이 되기도 하고 트루먼이라는 희생양을 만들어 내기도 하는 이중적인 삶의 태도를 취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 그의 사랑과 연애도 이미 짜여진 각본에 의한 것이란 것을 알았을 때 그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수 많은 노력과 시도 끝에 트루먼은 마침내 환한 웃음과 함께 드라마 세트장 탈출에 성공한다.

다시 말하면 그것은 남들에게 보여지는 삶, 그래서 짜여진 각본대로 살아가는 삶이 아닌 진짜 자신의 인생을 찾기 위한 탈출에 성공한 것이며

그래서 그 모습은 영화를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그리고는 스스로를 되돌아 보며 묻는다.

 

'나는 과연 이 삶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그렇다. 우리는 과연 현재의 삶 속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스스로를 위로한답시고 늘어 놓는 갖가지 변명들을 뒤로하고 정말로 탈출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의 답은 오직 스스로만이 할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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