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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거림

한국어가 죽어가고 있다!

by Robin-Kim 2013.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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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래어: 외국에서 들어온 말로 국어처럼 쓰이는 단어. 버스, 컴퓨터, 피아노 따위가 있다.

* 외국어: 다른 나라의 말

  (네이버 국어 사전)

 

최근 외국어 사용이 도를 넘었다는 생각이 든다.

언론과 방송은 물론 실 생활에서까지 우리 말로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데 굳이 직관적으로 알아듣지도 못하는

외국어를 사용하면서 우리 말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뜻이다.

 

일례로 최근 국가에서 '어린이 식품안전보호구역'을 지정하여 그 구역에서는 불량식품을 판매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는데

그 지역을 '그린 푸드 존'이라고 하면서 뉴스 등 각종 방송에 내보내고 있는데 왜 하필 '그린 푸드 존'이라는 외국어를 사용해야만 했을까?

미국이나 영국 정부도 아닌 대한민국 정부에서. 직역하면 '녹색 식품 지역'정도 될 텐데, 그것도 아니면 그냥 어린이 식품 안전보호 구역이라고

그대로 써도 될 것을 왜 굳이 영어로 표현했는지 의심스럽다.

이 것뿐이 아니라 상당 수의 공익 광고에 영어가 등장하는데 이건 내가 살고 있는 곳이 한국인지 미국인지 모를 일이다.

대표적으로 'Say No'광고가 있는데 그 내용을 보면 참 한심스러울 정도다.

 

 

그것 뿐만이 아니다. 아래 내용을 보자.

 

Hi-Touch Gongju (공주), Lucky Dongjak (동작), Dynamic Busan(부산), Lively Gangwon(강원도), My 진안 (전북 진안군),

Therapy 화순(전남 화순군), G & D YoungJu (영주), Ulsan for You (울산), It's Daejeon (대전), Feel Gyeongnam (경상남도).

 

어떤 내용인지 알겠는가? 바로 [대한민국] 지방 자체 단체들의 슬로건들이다.

그런데 미국이나 영국 등 영어권 국가의 지자체 것이라고 해도 하등 이상해 보일 것이 없는 게 과연 정상인 걸까?

심지어 경산남도의 경우 해당 슬로건이 '천혜의 자연경관과 미래형 첨단산업이 조화를 이룬 경남의 매력과 역동성을 직접 느껴보세요'라는

뜻이라고 밝혔다고 한다.1 

그럴 거면 '경상남도를 느껴보세요'라고 하면 될 것을 굳이 외국어인 Feel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야 했을까?

반면 서울의 문(서울 동대문구), 대숲 맑은 담양(전남 담양군), 아리아리! 정선(강원 정선군) 같은 경우 우리 말을 사용하여

직관적으로 그 지역의 특징이나 얘기하고자 하는 쉽게 알 수 있다.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언론이나 방송의 경우는 더 심하다.

 

오락 프로그램에는 기본적으로 진행자가 있고 초대 손님들이 있다.

그런데 이 초대 손님을 그냥 초대 손님 혹은 손님이라고 하면 될 것을 굳이 게스트 (Guest)라고 한다.

특별한 손님은 그냥 특별한 손님이라고 하면 되는데 왜 굳이 스페셜 게스트 (Special Guest)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Hot'이란 단어도 마찬가지다.

최근에 가장 화두가 되고 있는 사람을 ''하다고 하는데 말 그대로 '뜨겁다'라고 해도 전혀 문맥이나 의미 전달이 이상이 없다.

'최근 가장 뜨거운 가수', '가장 뜨거운 배우'라고 하면 뭐가 달라지는가?

 

 

 

최근 많이 쓰이는 쉐프 (Chef)라는 단어도 마찬가지다.

주방장, 조리장 혹은 요리사라는 좋은 단어가 있음에도 언제부턴가 너도나도 쉐프라고 한다.

토요일 오전에 방송하는 '찾아라 맛있는 TV'라는 프로그램에 예전에 자주 출연했단 구본길 주방장이라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주방장'이라고 소개 되던 분인데 어느 순간부터 쉐프라고 소개되고 있다. 같은 사람을 지칭하는 호칭이 외국어로 바뀐 것이다.

 

레시피 (Recipe)도 마찬가지다.

그 철자를 써 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잘 틀리는 단어인 레시피는 말 그대로 요리법이라고 하면 된다.

'나만의 레시피', '특별한 레시피' '나만의 요리법', '특별한 요리법'이라고 하면 될 것을 굳이 레시피라는 영어로 써야 하는 이유가 뭘까.

최근 해피 투게더라는 방송의 '야간 매점'이라는 순서에서 '레시피'라는 단어를 특히나 남발하는데 볼 때마다 신경 쓰이는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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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Healing)도 마찬가지다.

'힐링 캠프'라는 TV 프로그램을 통해서 대세로 굳어져 버린 이 단어는 '치유'라는 우리 말은 점점 잊혀지게 만들었다.

여기도 힐링, 저기도 힐링 모든 곳에서 힐링을 외쳐대는데 그 뜻이 뭐냐고 물어보면 '치유'라고 곧잘 대답한다.

그럼 그냥 치유라고 하면 되는데 왜 굳이 힐링이라는 외국어를 쓰는 것일까?

 

핑거 푸드 (Finger Food)라는 단어가 있다.

몇 년 전에 이 단어를 처음 듣고는 무슨 말이냐고 되물었던 적이 있었는데 말 그대로 손가락으로 집어 먹는 음식을 뜻하는데

요즘에는 간단한 음식을 폭 넓게 지칭하는데 쓰이는 듯하다. 그런데 이 단어가 '주전부리'라는 우리 단어와 그 뜻에서 별 차이가 없다.

그냥 주전부리라고 하면 되는 것이다.

요즘 젊은 친구들이 핑거 푸드는 무슨 뜻인 줄 아는데 주전부리라는 우리 말은 모르는 것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던 적이 있다.

 

' (View)'가 좋다는 말은 또 어떤가?

아파트나 산 같은 곳에서 내려다 보는 경치가 좋을 때 너무도 쉽게 '뷰가 좋다'라는 말을 쓰는데 그냥 그 뜻대로

경치가 좋다 혹은 전망이 좋다라고 하면 될 것을 굳이 영어를 섞어가면서 써야만할까?

 

원래 '백허그'란 말은 없는 영어다.

소위 말하는 '콩글리쉬'란 얘긴데 이게 '포옹'이라는 우리 말을 놔두고 '허그 (Hug)'라는 영어를 남발하면서 오락프로그램에서 쓰이기 시작한 단어다.

왜 예쁜 우리 말을 두고 굳이 외국어를 남발해야 하는지 모를 일이다.

 

미션 (Mission)이라는 단어로 마찬가지다.

[미션 임파서블]이라는 영화를 통해서 광범위하게 쓰이는 이 단어는 우리 말로 '임무'라는 뜻이다.

그냥 임무라고 하면 된다는 얘기다. '특별 미션', '미션 수행' 같은 말은 '특별 임무', '임무 수행'이라고 한들 전혀 이상하지도 않고

다른 뜻이 되는 것도 아니다.

 

이 외에도 시너지라든가 심플과 같은 우리 말로 대체할 수 있는 단어가 있음에도 너무도 당연하게 쓰이는 외국어가 너무도 많다.

 

이제 홈쇼핑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홈 쇼핑을 보다 보면 더 이상 우리 나라에서는 하양, 빨강, 노랑, 검정, 파랑, 초록, 분홍, 회색, 갈색과 같은 색은 없어지고

화이트, 레드, 옐로우, 블랙, 그린, 핑크, 그레이, 브라운 같은 외국 색만 남은 듯하다.

한국 사람이 나와서 한국 사람에게 물건을 파는데 한국어로 된 색은 그 자취를 감추고 외국에서 들어온 색만 남은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럴 바에는 아예 진행 전체를 영어로 하지 뭐 하러 우리 말을 섞어서 할까라는 의문도 든다.

그러다 보니 주변 사람들도 색을 얘기할 때 우리 말로 얘기하는 사람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그나마 내 연배 이상은 사람들은 괜찮은데 요즘 젊은 친구들은 무조건 영어로 된 색부터 얘기를 한다.

겨울에는 블랙이라느니, 요즘은 퍼플이 대세라느니.

 

 

이 부분은 여성 잡지로 연장 시켜볼 수 있는데

 

대한민국에 발행되고 있는 여성 잡지들의 대부분들이 과도한 외국어를 사용하고 있음은 누구나 알 수 있다.

아래 링크에 걸려 있는 뉴스 기사를 보자.

http://media.daum.net/culture/fashion/newsview?newsid=20130806133014068

제목부터 '화이트 팬츠'라는 외국어가 들어가 있다. 그냥 '흰 바지'라고 하면 될 것을.

 

내용은 더 가관이다.

'주로 과감한 프린트와 컬러를 매치하는데 이때 다른 아이템은 최대한 베이식하게 연출해 조화를 준다.

레드와 골드로 포인트를 준 화이트 팬츠 룩은 서머 룩으로는 제격이었지만 다소 부담스러운 헤어와 선글라스가 NG.'

 

대체 이게 어느 나라 말인지.

이 뿐 만이 아니라 기사 내용 전체적으로 우리 말이 너무 홀대 받고 함부로 쓰였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럴 거면 아예 기사 자체를 영어로 쓰지 왜 굳이 어설프게 섞어 쓰는지 모르겠다.

 

어디 이 기사 뿐이랴.

http://media.daum.net/culture/fashion/newsview?newsid=20121202002006984

 

이 기사를 보면 '디테일이 화려하면 드레스의 디자인 자체가 심플해도 시각적으로 보완된다.

의상의 색상은 블랙, 그레이, 화이트 등 모노톤이 기본으로, 재킷, 스툴 등으로 다양한 색상조합을 시도해보자.'라는 곳 외에도

곳곳에서 외국어가 범람하는 것을 알 수 있다.

 

 

TV 광고도 마찬가지다.

 

최근의 포스코 광고를 보고 경악을 했다.

'Think base, 세상의 베이스가 되다'라는 광고인데 '기본'이라는 우리 말을 두고 왜 굳이 base라는 영어를 사용했을까?

'기본을 생각하라. 세상의 기본이 되다'라고 한들 광고가 하고자 하는 얘기가 전혀 달라지지 않는다.

현대증권의 'able' 광고, 현대 카드의 'Turn the page' 등 이제 웬만한 광고 슬로건은 모두 영어다.

카피라이터나 광고주들이 우리나라 사람이고 우리나라에 살면서 우리나라 사람을 대상으로 광고를 만드는데

왜 우리말로 고민하지 않고 일단 영어로 고민할까?

 

답은 두 가지다.

광고 뿐 아니라 앞에서 열거한 모든 내용이 포함되는 답이다.

쉽다라는 것과 있어 보인다라는 것. 그 두 가지다.

 

한국전쟁 이후 가난한 삶을 살 때 우리가 갖지 못했으면서도 세련되어 보이고 있어 보이는

미국 혹은 서양의 것이라면 무조건 받아들이던 시대가 있었음은 안다.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지금은 2013년이고 21세기이며 한국은 경제 성장과 더불어 세계 무역 규모로 10위권을 형성하고 있으며

먹을 것이 넘쳐나서 음식 쓰레기라는 웃지 못한 단어가 생겨날 정도로 풍족한 세상에 살고 있는데

아직까지도 영어나 외국어를 쓰면 있어 보인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그러다 보니 영어로 무언가를 쓰는 것이 편하다. 익숙하니까.

있어 보이니까 자꾸 쓰게 되고 자꾸 쓰다 보니까 익숙해지고 그러다 보니 편해진 거다.

편한데 있어 보이기까지 하니 안 쓸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익숙하다는 건 그런 것이다.

 

개인적으로 말은 그 사람의 생각과 사고 방식을 소리로 표현한 것이며 글은 그 사람의 생각과 사고방식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상을 사람이 아닌 집단으로 확장시켜도 마찬가지다. 이것과 관련해서 최근에 웃지 못할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우리 집 주방은 오픈 키친 스타일로 했어요'

이게 말이 되는 얘기일까? 주방도 주방이고 키친도 주방이다.

일단 우리 말로 주방이라는 단어를 한 번 쓴 뒤 되도 않는 영어로 '오픈 키친'이란 말을 한 번 더 갖다 붙인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빠르고 익숙하며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 집은 열린 주방 형식으로 꾸몄어요'라고 한들 뭐가 달라질까?

문제는 이렇게 생각을 못한다는데 있다.

생각과 사고 방식을 얘기함에 있어 순 우리 말로 생각하는 것보다 영어를 섞어 쓰는 게 더 익숙하고 편한 세상이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내 것을 내가 아끼고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남들은 더 하대하게 마련이다.

내 가족을 함부로 대하고 누군가에게 좋지 않게 얘기하면 남들 역시 내 가족을 하대할 것이며 좋지 않게 얘기하고 다닐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얼마 전 한글 날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상황들이 그 누군가에 의한 고민도 없이 지속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나아가 더 걱정스러운 것은 이러다가 우리 말이 사라지고 우리 말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사라지는 것이다.

쓸데 없는 걱정이라고?

하지만 앞서 얘기한 '오픈 키친' 사례처럼 이미 그것은 현재 진행형이다. 편하고 익숙한 것이란 그런 것이니까.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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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http://cafe.daum.net/gobauphoto/Xnra/1196?docid=1F8OH|Xnra|1196|20110328234220&srchid=IIMd4BPW400#A184CBA364D909E2E240FFC&srchid=IIMd4BPW400

-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newsview?newsid=20111219105111550&srchid=IIM%2Fnews%2F48596876%2F0a0e6a94f39ad736500909813ca4d4c7#A20111219105111565.jpg&srchid=IIM/news/48596876/0a0e6a94f39ad736500909813ca4d4c7

- http://cafe.daum.net/jl-master/EqTN/141?docid=1H0LB|EqTN|141|20100908124452&srchid=IIMU2bKk300#A12647A134BFF749F9B870B&srchid=IIMU2bKk300

- http://media.daum.net/culture/others/newsview?newsid=20130320142605195&srchid=IIM%2Fnews%2F65349212%2Fcb46bc4841da157d5bc5eb5d83d6a9c8#A20130320142605803.jpg&srchid=IIM/news/65349212/cb46bc4841da157d5bc5eb5d83d6a9c8

  1. http://media.daum.net/politics/administration/newsview?newsid=20131008170412906 참조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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