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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읽어주는 남자:엔딩 크레딧

고전 명작 다시 보기 (9) 카사블랑카 -배신,선택,우연,필연 그리고...

by Robin-Kim 2013.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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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kiss is still a kiss in Casablanca

But a kiss is not a kiss without your sigh

 

몇 안 되는 내가 좋아하는 팝송 중 하나인 ‘Casablanca’의 일부분이다.

한 때 사랑했던 여자를 떠나 보내고 안개 자욱한 공항 활주로를 걷는 남자 (험프리보가트)의 뒷모습이 기억에 남은 영화와 같은 제목이기도 하다.

 

 

모로코.

스페인과 밀접해 있어 유럽문화의 영향을 받기도 했지만 아프리카 대륙의 북단에 있기 때문에 이슬람 문화의 영향도 더해진 나라의 작은 도시, 카사블랑카.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0년대 나치의 통치를 벗어 나기 위한 유럽인들의 노력은 아이러니하게도 카사블랑카라는 작은 도시를 번성하게 만든다.

유럽을 벗어나 미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스페인의 리스본에서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리스본까지 직접 가는 길이 위험해 프랑스 남부 마르세이유를 거쳐

모로코의 카사블랑카에서 리스본으로 향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카사블랑카에 모인 많은 사람들은 미국 비자를 기다리는 동안 그 곳에서 생활해야 했기

때문에 시장도 술집도 번성하게 된다.

그리고 그 술집 중 가장 유명한 Rick’s Café Americain.

 

* Rick’s Café Americain.

 

술집과 카지노를 동시에 운영하는 릭스카페의 사장 릭 (험프리보가트)은 모로코에 오기 전까지 리차드란 이름으로

파리에서 반 나치 운동을 지원하는 일을 하면서 한 여인과 사랑에 빠진다.

사랑에 빠진 여자는 남편이 반나치 운동을 하다가 수용소에 잡혀가서 죽은 줄로만 알고 있던 일사 런드 (잉그리드 버그만).

하지만 남편이 살아서 파리 근교에 은신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일사 런드는 함께 모로코로 떠나자는 릭을 제안을 받아 들일 수 없었고,

비 오는 기차역에서 하염없이 그녀를 기다리던 릭은 결국 혼자 떠나고 만다.

릭의 입장에서는 배신’, 일사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리고 정착한 카사블랑카에서 Rick’s Café Americain를 열어 성공하게 된다.

 

* 함께 떠날 수 없다는 내용의 카드를 받은 릭.

 

사랑은 우연일까. 아니면 우연을 가장한 필연일까.

일사 런드와 그녀의 남편 빅터 라즐로 (폴 헌레이드)는 미국으로 가기 위해 다른 사람들처럼 카사블랑카로 오게 되고 저녁을 먹기 위해 들른

Rick’s Café Americain에서 일사는 우연히 릭과 마주치게 된다.

그리고 일사는 바에서 피아노를 연주 하며 노래 (재즈)를 부르는 흑인 샘에게 파리에서 릭과 사랑에 빠졌을 때 자주 들었던

‘As time goes by’를 청하는데 이 노래는 이 영화의 상징, 그러니까 주제가 같은 것이 된다.

 

 * 릭의 카파레를 방문하게 된 일사

 

 You must remember this/ A kiss is just a kiss/ A sigh is just a sigh/ The fundamental things apply/ As time goes by

And when two lovers woo/ They still say I love you/ On that you can rely/ No matter what the future brings/ As time goes by

Moonlight and love songs/ Never out of date/ Hearts full of passion/ Jealousy and hate/ Woman needs man

And man must have his mate/ That no one can deny/ It's still the same old story/ A fight for love and glory

A case of do or die/ The world will always welcome lovers/ As time goes by

 

사랑은 사람을 변하게 만드는 것일까.

일사와 헤어지고 난 후 모든 일에 냉정하고 차가운 성격으로 변한 릭은 친구 우가트가,

우연히 얻은 사망한 독일 군사의 통행증 (카사블랑카를 떠나 리스본으로 건너갈 수 있는 고위 공직자의 서명이 들어간 증서)을 자신에게 맡긴 후,

통행증을 훔쳤다는 이유로 자신의 가게에서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지지만 냉정하게 통행증에 대해서는 모른척하고 친구의 죽음을 슬퍼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그 통행증은 이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반 나치 운동을 이끌었던 빅터 라즐로는 카사블랑카에서도 붙잡힐 위기에 처하지만 빠져나갈 방법이 없었고 경찰서장 르노는 물론

카사블랑카로 파견 나온 스트라세 소령에 의해 체포될 위기에 놓이게 된다.

하지만 이 때 릭의 집에 몰래 찾아온 일사가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서 빅터를 탈출시키기 위해 도와달라는 부탁을 릭에게 부탁하지만

그녀의 배신에 이미 차가워지고 냉정해진 릭은 그녀의 부탁을 쉽게 들어주지 않다가 그녀와의 긴 대화 후 전후 사정을 알게 되었고

또 그녀가 아직도 자신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결국 그녀를 돕기로 결정하고는 통행증을 그녀에게 건넨다.

 

* 전성기 시절 뛰어나 미모를 자랑했던 잉그리도 버그만.

 

사랑은 결국 그것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게 하는 것일까.

릭은 경찰서장 르노에게 찾아가 자신이 어떻게 빅터를 도울 것이라는 얘기를 흘림으로써 르노를 자신의 가게로 오게 만들고

결국 빅터는 르노에 의해 잡힐 위기에 처하지만 그것은 원래부터 릭이 생각해 놓은 계획.

릭은 르노에게 총을 겨누며 빅터와 일사가 카사블랑카를 잘 떠날 수 있도록 위협을 한다.

르노는 어쩔 수 없이 경찰 서장이라는 지위를 이용하여 빅터와 일사를 안전하게 공항까지 데리고 가서 안전하게 비행기를 태운다.

만약 릭의 가게에 르노가 혼자 오지 않고 여러 명의 경찰을 대동하고 나타났다면 릭은 아마도 그 자리에서 체포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여자에 대한 열정 그리고 사랑은 그러한 위험을 무릅쓰고도 도울 수 밖에 없게 만든 것이다. 그리고 두 사람은 떠나고 릭은 남는다.

 

* 두 사람을 떠나 보내고 경찰서장 르노와 새로운 우정을 시작하게 되는 릭.

 

2002 6월 미국 영화 연구소(AFI)가 발표한 역사상 가장 위대한 멜로드라마 100편 중 1위를 차지한 영화인

1942년 작 [카사블랑카]는 몇 가지 기억해야 할 부분이 있다.

 

첫 번 째. Here’s Looking at you.

 

이 대사는 이 영화에서 여러 차례 나오는 데 그 때마다 해석이 조금씩 달라진다.

우선 일사와 릭이 파리에서 연애를 하던 시절, 릭이 술 잔을 들고 당신이 누구인지, 어떤 일을 했었는지 궁금하다고 하자

일사는 질문하지 않기로 했잖아요라고 답한다. 이때 릭이 미소를 지으며 한 말이 ‘Here’s looking at you, kid’라고 하는데 이 부분에서는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 란 명 대사로 번역이 되었다.

 

*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를! 

 

그리고 일사가 릭의 집에 몰래 찾아가 도와 달라고 하며 그의 품에 안기자 릭은 또 한 번 ‘Here’s looking at you, kid’라고 하고, 

마지막으로 공항에서 헤어지는 장면에서 릭은 같은 대사를 반복하는데, 물론 상황마다 뜻은 다 다르다.

사실 이 대사는 원래 대본에는 없이 즉석에서 만들어진, 요즘 말로 하면 애드 립 정도 될까, 대사였는데 감독의 마음에 들어 여러 번 사용했다고 한다.

 

두 번째. 안개 자욱한 카사블랑카 공항.

사실 이 영화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것은 Rick’s Café Americain과 안개 자욱한 공항이다.

그런데 이 두 장소는 비슷하면서도 완전히 다른 역할로 릭과 일사의 사랑의 연결고리를 갖게 되는데,

릭의 가게는 두 사람의 사랑을 다시 확인하는 장소로 안개 자욱한 공항은 두 사람의 이별을 상징하는 곳으로 등장한다.

 

* 이 영화의 대표적인 장면. 안개 자욱한 공항에서 릭은 두사람을 떠나 보낸다.

 

 

사실 이 영화의 원작은 [모두가 릭의 집으로 온다]는 희곡이었는데 영화로 먼저 제작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 제작사인 타임 워너는 [카사블랑카]라는 제목이 싸구려 맥주이름 같고 희곡이 흥행성이 없단 점을 들어

제목을 바끌 것을 제안하기도 했지만 이 영화가 개봉 될 무렵 루즈벨트 대통령과 처칠 수상이 카사블랑카에 모여

연합군의 항전을 추구하는 서약에 서명함으로써 엄청난 광고효과를 얻었다고 한다.

 

그리고 릭의 역할은 원래 많은 사람들에 의해 미남이라고 회자되는 '험프리 보가트'가,

개인적으로는 치아가 고르지 못해 표정 연기가 어색해서 그다지 미남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지만

아니라 전 미국 대통령이었단 로널드 레이건이 물망에 올랐었지만 연기력이 모자란단 이유로 떨어졌다고 하니

예나 지금이나 대타로 출연하여 성공한 영화들이 꽤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 당시 기술로는 한계였던, 합성의 티가 확연한 드라이빙 장면 

 

재미로 본다면 1942년에 개봉된 영화가 지금의 영화와 비교해서 더 재미있을리도 없으며,

당시 기술로 표현한 자동차 운전 장면이나 공항에서 비행기가 이륙하는 장면들은 합성이란 것을 뻔히 알 수 있으며,

극의 전개 역시 헤어진 연인이 우연히 다시 만나지만 남자는 여자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다는 뻔한 이야기다.

하지만 이 영화가 가치있고 꼭 한 번쯤은 봐야 할 영화인 이유는 그런 모든 것들이 현재까지도 제작되고 상영되고 있는

모든 멜로 영화 (로맨틱 코메디 등)의 원조 격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카사블랑카]의 플롯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에 배신당했지만 그 사랑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남자, .

어쩌면 영화 개봉 이후 7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카사블랑카]의 세계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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