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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거림

떠나 보내는 역할에 대하여

by Robin-Kim 2011.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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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낮에는 매미가, 밤에는 귀뚜라미가 그렇게 울어대더니

어느새 아침 저녁으로는 쌀쌀한 기운이 감도는 계절이 되어 버렸다.

돌이켜보면 너무 추워서 과연 겨울이 끝나기는 하는 건가 싶던 1,2월을 보내고,

타들어가는 듯한 무더위는 온데간데 없이 잿빛 희뿌연 구름과

과연 그치기는 하는 걸까라고 생각했던 비가 그치자마자

 

갑작스레-

그래, 가을이 왔다.

 

갑작스레 다가온 가을은

갑작스럽게 맞이하는 떠나 보냄만큼이나 어렵다.

이젠 익숙해질 때도 됐는데, 그래도 어렵다.

 

떠나는 사람과 남는 사람. 떠나 보내는 사람과 가는 사람.

상당한 기간 동안

떠나는 역할보다 떠나 보내는 역할을 많이 했었다. 내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떠나는 역할만 하는 사람은 모른다.

떠나 보내는 역할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얼마나 외로운지. 얼마나 처절한지.

  

 

공항.

영화 러브 액추얼리 (Love Actually)의 공항은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사랑을 담아내는 행복한 공간이지만

나에게 공항은

누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저 사람은 떠나 보내는 사람이야라고 말해주지 않아도

떠나 보내는 역할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곳,

그런 슬픈 곳이다.

 

그래서 공항을 보면,

파란 하늘을 향해 이제 막 날기 시작한 비행기를 보면,

누군가의 눈물과 누군가의 안타까움과 누군가의 아쉬움이 전해져 오는 것도 아닌데

괜히 코 끝이 시큰해진다.

 

가을 바람이 부는 여름 휴가 마지막 날.

아침부터 우연히 러브 액추얼리 (Love Actually)를 보고는

괜히 센치해졌나보다.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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