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끄적거림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by Robin-Kim 2011. 1. 2.
728x90
반응형

 

 

아닌 척하려 해도 입가를 맴도는 내겐 어색한 그 한마디
바보 같은 표정 한심스런 내 마음처럼 난 어쩔 줄 몰라
혹시나 내 마음 들키진 않을까 어쩌면 우습진 않을까

꼭 참아왔었던 그 말 널 사랑한단 말 늘 하고 싶던 말
애써 감추려 해도 더 이상 나 참기 힘든 말
이제껏 하고 싶은 말 눈부시게 빛나는 말
널 사랑한다고 처음부터 늘 그래왔다고

 

(성시경, 눈부신 고백 中)

---

 

"손가락 하나만 잘라줄 수 있어?"

 

어릴 때-여기서 어릴 때란 유년 시절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를 뜻한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면서

회식 비슷한 걸 할 때 같은 회사에 다니던 동갑내기 여직원이 나에게 건넨 말이다.

 

유독 대나무를 좋아하던, 대나무 숲 사이로 스쳐가는 바람 소리를 좋아하던 그 아이는 늘 내 손과 긴 손가락이 '남자치고는' 예쁘다는 얘기를 했었고,

마지막 날 나에게 그런 얘기를 건넸더랬다. 그 아이 이후로 난 내 손과 손가락이 '남자치고는' 예쁘다는 것을 알았고 이따금씩 물끄러니 양 손을 바라보는 버릇이 생겼다.

 

그러고 보면 나에 관한 결정적인 진실은 어쩌면 남에 의해 알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나서 한참이라는 시간이 지난 뒤에 어느 날 내려다 본 내 손은 내 인식 속에 자리잡고 있던 그 손이 아니었다.

뽀얗고 탱탱하던 그리고 가늘고 길었던 그 손은 이제 주름이 곳곳에 잡혀 지나온 시간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었다.

흡사 그 자체가 오래 전 추억을 간직한 한 장의 사진처럼.

 

그래,어쩌면 무조건적인 응원을 바랬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결정을 하던 당신을 믿어요', '언제든지 당신을 응원할게요'까지는 아니더라도 '많이 힘들었지요' 와 같은 짧은 말이라도 무조건적인 응원을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스스로', '혼자서', '알아서' 많은 일을 감당해 왔고, 이 자리까지 올라오면서

기대고 싶을 때 기댈 곳이 없고, 힘들 때 쉬고 싶은 곳이 없고

무엇보다 절대적인 응원을 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

'남자치고는' 예쁘던 내 손이 보기 싫게 변해버린 시간 내내 눈물을 흘리게 했었다는 사실이

가슴 한 켠에 자리 잡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래, 그냥 응원 한 마디-

그걸 바랬을 뿐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Leggie...

728x90
반응형

'끄적거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버리고 채우기에 관한-  (0) 2011.01.06
아메리카노  (0) 2011.01.05
수고했어, 내 사랑-  (0) 2010.12.30
그 섬에 가고 싶다: 익숙해짐에 대한 변명  (0) 2010.12.24
관계맺기  (0) 2010.12.22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