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리티지 트레일을 따라 추이싱라우를 보러 가던 길에 근정서실 (Kun Ting Study Hall)에 다시 한 번 들러 본다. 아까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을 조금 더 살펴 보기 위해서다.
오전에 그렇게 비가 오더니 어느 덧 파란 하늘이 드러났다. 정말 여행에 있어 날씨 운 만큼은 좋은 편이라고 자부해야 하나. 아무튼 그렇다.
[추이싱라우 관련 글 보기: 의미, 역사, 가는 법 등]
홍콩 여행 1일차 (1): 홍콩의 완전히 색다른 모습 - 신계, 핑샨마을 (가는법), 핑샨 헤리티지 트레일, 등씨종사, 성청와이, 추이싱라우 (취성루)
이렇게 핑샨 헤리티지 트레일을 마치며 첫 번째 신계 여행이 끝났다. 그러데 이제 어디로 가야 할까...시간이 애매하네?
세탁소가 7시에 문을 닫는다고 했으니 지금 숙소로 돌아가서 좀 쉬다가 저녁을 먹고 세탁물을 찾을까? 아니, 그러기엔 시간이 너무 아깝고 애매한데. 이제 막 해가 나기 시작했는데 어딘가를 좀 더 돌아다녔으면 좋겠는데...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 꼭 돌아볼 곳을 적어 온 것을 보다가 '익청 빌딩'을 발견했다. 그래, 익청 빌딩으로 가는 거야. 하지만 익청 빌딩은 핑샨 마을과 정 반대의 위치, MTR을 타면 끝에서 끝 거린데.
처음엔 거리 때문에 고민하다 그래서 더욱 오늘 가야만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익청 빌딩의 위치가 애매해서 다른 목적지들과 한 데 묶을 수가 없기 때문에 이렇게 애매하게 남은 시간에 가는 게 효율적일 것 같았다.
그래서 여전히 다리는 아프지만 지하철을 타고 익청빌딩으로 향한다.
※ 익청빌딩 가는 법
- MTR 타이 쿠 (太古, Tai Koo) 역에서 내려 B출구로 나와 왼 쪽으로 쭉 가면 된다.
신호등 한 갠 가, 두 갠가를 지나야 하니 대략 5분 좀 넘게 걸린다.
그런데 지하철 요금이 무지하게 비싸다. 타이쿠 역에서 내리며 옥토퍼스 카드를 찍을 때 보니 무려 27 홍딸! 물론 서북쪽에서 동남쪽이라는 끝에서 끝이라는 거리가 있지만 그래도 20 정거장인데 우리 돈으로 약 3,915원이나 4천원 돈이다.
홍콩의 지하철은 비싸다 ㅠㅠ
익청 빌딩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사실 약간의 고민이 있었다. 아무리 [트랜스포머]라는 영화로 유명세를 탄 곳이긴 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실제 거주하는 곳인데 여행객이라고 막 사진을 찍어도 되는가에 대한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런 나의 생각은 쓸데없는 걱정에 불과했다. 꽤나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고 그 중에는 중국인들도 상당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곳은 우리나라 여행자들 뿐만 아니라 중국 사람들이나 홍콩 사람들에게도 유명한 곳이 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한참 사진을 찍고 있는데 버스가 신호대기에 걸려 내 앞을 가로 막았다. 그래서 잠시 카메라를 내려 놓고는 쉬고 있는데...응? 버스 광고에서 낯익은 얼굴들이 보인다.
바로 에이핑크!
오, 홍콩에서 콘서트를 하는구나. 그런데 날짜가 지났네...9월 23일이니까... 버스 회사에서 아직 광고를 떼지 않은 듯. 뭐 우리나라도 이런 경우는 흔하니까.
여기서 해가 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각 집에 불이 들어오면 그 모습, 그러니까 야경을 찍으려고 잠시 기다렸다. 비싼 지하철 요금을 내고 온 김에 마음 먹었던 것인데 아무래도 해가 지려면 30분은 더 기다려야 할 듯 한데다 토요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람들이 집에 일찍 안 들어 올테니 과연 생각했던 야경을 담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잠시 고민을 했다.
그리고는 과감하게 이 곳을 뜨기로 하고는 버스를 타러 갔다. 지하철은 비싸니까 버스를 타고 홍콩섬 중심부로 들어가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갈 계획을 잡았기 때문이었다.
다행이 익청빌딩 바로 앞 버스 정류장에서는 다양한 노선의 버스들이 정차하고 있었고 또 각 노선 별로 운행 정보들이 표시되어 있어서 비교적 쉽게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버스를 타고는 2층으로 올라가 제일 앞 자리에 앉아 홍콩의 야경을 동영상으로 담아 봤다.
그렇게 한 참을 달리고 달려 -토요일 저녁이라 길이 엄청 밀렸다- 홍콩 섬 중심가인 센트럴에 내렸다. 이 곳에 온 김에 그 유명하다는 카우키 레스토랑에서 국수나 먹어보자고 생각하고는 방향을 잡는데 2년 만에 온데다 또 어두운 밤에 떨어지다 보니 영 방향을 못찾겠다.
그래서 오랜만에 MAPS. ME (맵스미)의 도움을 받고자 어플을 작동시키고는 길을 걸어가는데 맵스미가 업데이트 되고는 뭔가 이상해져서 방향을 잘 못 잡고 내 위치도 잘 못찾는다.
어플이 업데이트 된다고 반드시 좋은 건 아니다 ㅠ
그래서 이리 갔다 저리 갔다 오르막을 올라갔다 내려갔다 한참을 헤맨 끝에 드디어 발견한 카우키 레스토랑!
몇 백비터씩 줄이 서 있는 건 기본이라는 내용을 본적이 있는데 저녁 8시가 좀 지난 시간이어서였는지 그렇게 긴 줄은 아니었다. 내 앞으로 한 30명 정도가 있었나? 아무튼 그랬다.
그 줄을 기다리면서 '그래, 얼마나 맛있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워낙 기다리는 사람도 많고 홍콩 특유의 합석 문화도 있고 해서 자리가 날 때마다 혼자 온 사람, 두명이 온 사람 등을 불러서 식당으로 입장시켜 주었다. 그 덕에 나도 조금 일찍 들어가서 먹을 수 있었다.
마카오 여행 때 웡치케이 음식을 먹어 보고 쓴 글에도 있지만 이 곳 카우키에서 먹어 본 국수도 '그렇게 긴 줄을 기다리면서까지 먹어야 하는 음식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카오 웡치케이 후기 보기]
마카오 여행 2일차 (2): 마카오 유적은 끝이 없다 - 마카오 대성당, 로우카우 맨션, 로버트 호 퉁 경 도서관 돔페드로 5세 극장, 성 로렌스 성당
뭐가 되게 특이하거나 되게 맛있거나 하다기 보단 그냥 오래된 식당이고 또 유명한 식당이니까 가서 먹어 본다는 것에 의미가 있는 것이지
다른 국수 집에서도 이 정도 음식은 만들 수 있을 듯 하다. 육수야 정성 들여 오래 끓이면 되는 거니까.
※ 카우키 레스토랑
- 정식 명칭: 九記牛腩 (구기우남), 영어 표기는 Kau Kee
- 주소: 21, Gough Street
- 90년 역사의 쌀국수 집이며 양조위의 단골 식당으로 유명한 곳
- 카운터에 앉아 있는 주인 할머니는 말 그대로 돈을 쓸어 담고 있었다. 허허
식사를 하고는 기왕 여기까지 온 거 야경을 한 번 카메라에 담아 보기로 했다. 근처에 있는 란콰이펑의 토요일 밤은 어떤가도 궁금했고.
드딱히 더 볼 것도 없고 하루 종일 돌아다녔더니 다리도 아프고 해서 이제 숙소로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는 몽콕 역에서 내렸다.
그런데...그런데...주말이라 그런지 몽콩 중심가에 차량 통행을 차단하고 다양한 거리 공연이 벌어지고 있었다! 흠...날씨 운 뿐만 아니라 행사 운도 좋다는!
그래서 잠시 거리를 둘러 보았다.
다행이 7시에 문을 닫는다는 세탁소는 아직도 영업 중이길래 낮에 맡겨 둔 세탁물을 찾아 고시원 크기의 숙소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하루 종일 돌아다녔던 피로를 풀기 위해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잠을 청했다.
이렇게 이번 홍콩 여행의 첫 날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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