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근정서실 (覲廷書室)이라는 쿤팅 스터디 홀 (Kun Ting Study Hall)로 향한다. 앞에 봤던 등씨 종사와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있어서 걸어서 3분이면 갈 수 있다.
핑샨 헤리티지 트레일 (Ping Shan Heritage Trail)은 말이 좋아 트레일이지 그 크기가 그다지 크지 않아서 웬만한 사람이라면 도보로 충분히 돌아볼 수 있는 곳이다.
홍콩은, 생각보다 작은 곳이다.
[핑샨 헤리티지 트레일-등씨종사 등 여행 정보 보기: 위치, 가는 법, 상세 내용 등]
홍콩 여행 1일차 (1): 홍콩의 완전히 색다른 모습 - 신계, 핑샨마을 (가는법), 핑샨 헤리티지 트레일, 등씨종사, 성청와이, 추이싱라우 (취성루)
그렇게 아픈 다리를 이끌고 터벅터벅 걸어가는데 한 쪽에 등산복을 입은 듯한 아저씨 아줌마가 열심히 사진을 찍는 게 보인다.
가까이 가보니 등산복이 아니라 싸이클 복이었는데 싸이클 동호회 회원들인지 아줌마, 아저씨들이 몰려서 열심히 사진을 찍는 배경은 바로 근정서실 앞에 있는 하얀 색 올드 카 때문!
※ 근정서실
1870년대에 지어진 등씨 가문의 서당으로 섬세한 화강암 실내 장식이 돋보이는 건물로 교육 기관이었음. 한마디로 서당이었다.
근정서실 바로 옆에는 칭슈힌 (Ching Shu Hin)이란 곳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내가 가보고 싶은 곳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고 별도로 나만의 가이드 북을 만드는 편이다. 특히 우리나라에 잘 없는 국가나 지역, 예를 들면 스리랑카, 네팔, 아일랜드 그리고 멕시코의 부족한 부분들은 혼자서 방대한 정보를 끌어 모아서 거의 완벽에 가까운 가이드 북을 만들어 두었다. 나중에 여행갈 때 출력해 가면 되니까.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이번 신계 지역 여행을 위해서도 홍콩 요술램프를 비롯해 다양한 정보를 모은다고 모았는데 이 곳, 칭슈힌에 대한 정보가 빠져 있었다.
그래서 이 곳을 방문했을 때 설명문이 있어 그것을 기억하기 위해 사진을 찍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확인을 해보니 사진이 없다! 여행지에서 본 모든 곳에 대한 설명을 기억할 수 없어 설명문 사진을 찍는 편인데 그 사진이 없는 것이다!
그럼 이 곳은 대체 무엇을 하는 곳일까??????? 나중에 다시 검색을 해보니 근정서실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의 기숙사 역할을 했던 곳이라고 한다.
이쯤 되었을 때 깨달은 것이 하나 있었다. 그 동안 숱하게 중국식 사원이나 오래된 중국식 건물을 여행할 때마다 보아 왔건만 내가 놓치고 있었던 부분을.
그것은 중국 전통 건물이나 건축물을 볼 때는 항상 기등과 기붕을 잇는 공간의 문양과 색감, 출입문 위의 조각과 문양들을 자세히 보면 독특하고 새로운 것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이제 핑샨 헤리티지 트레일의 마지막 장소인 [홍성궁: 훙싱사원 (Hung Sing Temple)]으로 향한다. 홍성궁을 가기 위해서는 일단 큰길로 가야 해서 큰 길로 나왔고 지난 번 포스팅에서 살펴본 전체 지도에서처럼 왼 쪽으로 가면 되는데 대체 얼마나 가야할지 알 길이 없다.
마침 버스 정류장이 있었고 어떤 젊은 아가씨가 지나가고 있길래 지도를 보여주며 홍성궁을 물어보는데 잘 모르겠단다. 그냥 손가락으로 어림짐작 삼아 '저 부근이 아닐까?'라고 나한테 되묻는 것이다.
아니 이렇게 작은 동네에 살면서 그 동네에 있는 유서 깊은 문화재라고 하는 곳을 모를 수 있다니... 그럴 수도 있구나.
정말 그럴 수도 있구나.
하지만 이럴 땐 여행을 다녀본 사람들만의 촉이 있다. 아까 얘기했듯이 핑샨 헤리티지 트레일 자체가 그다지 넓은 곳을 돌아다니는 곳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그냥 이 언저리에 있겠지라며 고맙다는 인사와 함꼐 발걸음을 옮겨 본다.
그렇게 30초쯤 갔을까, 주변을 두리번 거려 보니 저~쪽에 뭔가 오래되어 보이는 건물 같은 것이 눈에 들어 온다.
※ 홍성궁 ( Hung Shing Temple: 훙싱사원)
훙신 신은 어부와 바다에 의존해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널리 숭배되는 신으로, 1767년 등 씨 집안이 훙싱신을 모시기 위해 이 곳에 세운 사원이라고 디어커버리 홍콩에는 설명이 되어 있지만 사원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작고 그냥 동네에 있는 사당 정도로 보면 될 듯 하다.
워낙 작은 사당이라 딱히 볼 건 없고 옆 건물이 뭔가 특이한 것 같아서 들어가 봤더니 역시나 아무 설명도 없이 그저 중국 아저씨 한 명이 마당 의자에 앉아 누군가와 열심히 전화 통화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둘러 봐도 되나 싶었던 찰라 어딘가에서 또 다른 아저씨 한 명이 나타나더니 둘러봐도 된다는 손짓을 해줬지만 딱히 둘러 볼 것도 없고 해서 돌아 나오는데 대문 안쪽에 한 쪽에는 관우 다른 한 쪽에는 장비의 그림이 있는 걸 발견하고는 아저씨들에게 물어 봤다.
'이 사람들 삼국지 (3 Kingdom Story)에 나온 사람들 맞지?'
하지만 못 알아 듣는다. 이쯤되면 중국 땅에 와서 영어로 굳이 의사소통하려는 내가 이상하게 생각되기 까지도 한다.
이무튼 이제 트레킹에서 보고 싶은 건 다 봤으니 다시 추이싱라우를 보고 지하철을 타기 위해 처음의 장소로 돌아간다.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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