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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읽어주는 남자:엔딩 크레딧

영화 뜯어보기: 꾸뻬씨의 행복여행-먹고 살만한 사람들이나 하는 고민

by Robin-Kim 2024.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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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벤지로 익숙한 사이먼 페그가 주연한 영화 [꾸뻬씨의 행복 여행]은 어떻게 하면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헥터 (사이먼 페그)는 영국의 정신과 의사로 많은 환자들을 상담하면서 대부분의 환자들이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렇다면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은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세계로 여행을 떠납니다. 

 

 

 

그 과정에서 그는 돈 많은 부자 기업인을 비행기 안에서 만나 돈으로 행복해 질 수 있는 기회를 얻기도 하고, 티벳의 스님으로부터 알쏭달쏭한 대답을 듣기도 하며,

오래 전 친구가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아프리카로 가서 테러 집단에게 붙잡혀 죽을 위기를 넘기는가 하면, 미국 LA로 가서 첫 사랑을 만나 추억에 잠겨 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는 그 수간마다 행복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을 기록하는데요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01. 남과 비교하면 행복한 기분을 망친다

02. 많은 사람들은 돈이나 지위를 갖는 게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03. 많은 사람은 행복이 미래에 있다고 생각한다

04. 두 여자를 동시에 사랑할 자유가 행복일지도 모른다

05. 때론 진실을 모르는 게 행복일 수도 있다

06. 불행을 피하는 게 행복의 길은 아니다

07. 행복은 일종의 부수적 효과다

08. 행복은 소명에 응답하는 것

09. 행복은 있는 그대로 사랑 받는 것

10. 고구마 스튜!

11. 두려움은 행복을 가로막는다

12. 행복이란 온전히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

13. 행복은 좋은 일을 기뻐할 줄 아는 것

14. 사랑은 귀 기울여주는 것

15. 향수에 젖는 건 촌스러운 짓이다

16. 우린 다 행복할 의무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한 점이 있었는데 바로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의 직업이 정신과 의사라는 것이었습니다.

영화상에서 그려지는 헥터는 사회적으로 인정받으면서 안정적인 수입이 있는, 그리고 넓고 좋은 집에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 사는 이른바 남부러울 것 없는사람입니다.

 

다시 말하면 먹고 살만한것을 넘어서는 수준의 생활을 하는 사람인 것이죠.

 

물론 이 영화의 원작 자체가 프랑스의 정신과 의사인 프랑수아 를로르가 환자들을 진료하며 얻은 경험과 생각들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 그래서 더 마음에 걸렸던 것입니다. 

 

 

 

얼마 전에 본 TV 프로그램에서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가족을 보았습니다.

 

대략 50대로 보이는 아주머니에게 전 재산과도 같은 두 아들이 모두 갑작스러운 사고로 심각은 병을 얻은 것인데요큰 아들은 현실 세계에 지옥이 있다면 바로 이것일 것이라고 불리는 CRPS 때문에 수술과 입원을 반복하고 있었고 작은 아들은 그 사고로 뇌에 손상을 입어 정신 지체에다 거동마저 할 수 없는 상태로 병원 침대에 누워있는 것이었습니다.

 

프로그램을 보면서 계속 마음이 아팠는데요, 그 어머니에게 만약 핵터가 정리한 16가지 행복에 대한 얘기를 전해준다면 공감이 될까요? 

 

 

 

한 번 냉정하게 생각해 봅시다.

 

당장 하루 먹고 살기 힘든 사람에게 당신에게 행복이란 무엇입니까?’라고 묻는다면 뭐라고 답을 할까요?

 

결국 행복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행복해지는가라는 고민은 결국 먹고 살만한 사람들이 하는 고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당장 영화 상에서 헥터를 봐도 그렇습니다.

 

여행을 떠난 첫 날, 사랑하는 동거녀를 둔 채 비행기에서 만난 부자 기업인에 하룻밤을 즐겁게 보내라고 고용해준 중국 여자와 사랑에 빠진 게 과연 행복을 위한 것일까요?

 

 현재의 느낌과 감정에 충실하라는 행복에 대한 교과서적인 얘기를 따른다면 맞다고 볼 수 있지만 반면에 영국에 남아 있는 동거녀는 어떤 느낌을 갖게 될까요?

 

내 행복을 위해 다른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게 행복이란 것일까요?  

 

 

 

헥터가 정리한 마지막 문구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세상에 행복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어디 있을까요세상 사람들 모두 행복하고 싶어합니다.

 

 ‘행복이라는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것을 목표로 삼아 그것만을 위해 살지 않더라도 우리는 모두 행복하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현실이 안 되고 여건이 되지 않는 사람에게 우리는 모두 행복할 의무가 있다라고 얘기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요?  따귀나 안 맞으면 다행이겠지요. 

 

 

 

물론 다른 내용도 마찬가지입니다. 먹고 살만한 사람들은 고구마 스튜만으로도 행복을 느끼자라고 생각해볼 수 있지만 고구마 스튜에 생존이 달린 사람은 그야말로 투쟁인 것입니다.

 

그리고 불행을 피하는 게 행복의 길은 아니라니, 그럼 닥쳐온 불행을 억지로 반갑게 맞이하기라도 하란 얘기인지 모르겠네요.

 

물론 이 역시 먹고 살만한, 그러니까 어느 정도의 불행은 감내할 수 있는 정도의 생활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얘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전 이런 류의 영화를 굉장히 싫어합니다.마치 행복이란 무엇인지, 사람의 심리란 어떤 것인지 모든 것을 알고 있는냥 사람들을 가르치고 교화 (?) 하려는 영화 그리고 소설들.

 

먹고 살만한 사람들이나 하는 고민에 대해 마치 자기 생각이 정답인 냥 주입하려는 영화 그리고 소설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 영화를 봤던 이유는 뭔가 좀 다른 얘기가 있을 줄 알았기 때문이었습니다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를 완전히 차단한 채 영화를 본 것이었는데 역시나 영화는 뻔한 얘기를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물론 원작 소설 자체가 그런 내용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는 할 수 있겠지만. 

 

그래서 전 이런 소설이나 영화를 만들 시간과 돈이 있다면 오히려 불행으로 둘러싸여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노숙자들의 생계를 돕겠다고 제작된 빅 이슈라는 잡지 한 권을 사주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영화의 주인공 헥터가 정신과 의사라는 직업, 안정적인 수입, 좋은 집과 좋은 차를 갖고 있는 환경이 아닌 하루하루 먹고 살기 힘든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과연 이런 영화가 나올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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