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개 소리로 사람 여럿이서 한 명 바보 만들기 쉽다는 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한 사람이 ‘1+1=2’라고 얘기할 때 다른 두세 명이 ‘1+1=3’이라고 한 목소리로 강하게 얘기하면 맞는 말을 한 사람도 ‘그런가?’라는 위축감이 들면서 긴가민가 해진다는 얘긴데요.
이때 다수의 강력한 의견에 다른 사람들이 동조하기 시작하면 ‘1+1=3’이 그 사회 내에서 기본 상식이며 규칙이 됩니다.
그러고 나면 주위에 있던 방관자들이 다수의 의견에 동조하며 그들을 따르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군중심리’입니다.
그리고 이 ‘군중 심리’를 제대로 표현한 영화로 조디 포스터가 주연한 2005년 개봉작 [플라이트 플랜 (Flight Plan)]이 있습니다.
이 영화의 줄거리를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어느 날 자살한 남편.
슬픔을 안고 고향으로 가기 위해 딸 아이와 함께 비행기에 오른 카일 (조디 포스터).
비행기 화물칸에는 관에 담긴 남편의 시신이 있다.
비행기에 탑승하고는 피곤함에 잠시 눈을 붙인 카일은 잠에서 깨어나서는 딸 아이가 없어진 것을 알고는 딸을 찾기 위해 비행기를 이잡듯이 뒤지지만 딸 아이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대체 비행 중인 비행기 안에서 딸 아이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그리고 이 영화의 핵심은 카일이 딸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카일이 잠자고 있을 때 그녀의 딸 뿐 아니라 딸의 탑승권과 짐 가방 (캐리어)까지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카일이 딸을 찾겠다고 다른 승객들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비행기를 뒤질 때 아무도 그녀를 믿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녀를 불편해 했고 그녀가 의심한 아랍인이 아랍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다른 승객들에게 오해를 받기까지 했습니다.
더구나 기장의 지시로 조사한 내용으로는 카일의 딸이 죽어서 남편과 함께 같은 영안실에 있었다는 병원의 기록이 있었으며, 따라서 당연히 항공사의 탑승자 명단에도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야기가 여기까지 진행되면서 영화는 비행기의 탑승객들은 물론 영화를 보는 관객까지 그녀를 충격에 의한 정신병에 걸렸다고 생각하게끔 만듭니다.
앞에서 얘기한 ‘군중심리’가 발동한 것입니다.
비행기를 통제하는 기장과 승무원들에 의해 처음부터 카일의 딸이 비행기에 타지 않았고 오히려 딸이 예전에 죽었다는 내용이 밝혀지자 사람들은 하나 둘씩 카일의 반대편에 서서 그녀 때문에 겪게 된 불편함에 그녀를 욕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사라진 혹은 납치된 딸을 찾기 위해서는 모든 승객들이 자리에 앉아서 화장실 출입도 하지 말아야 했고, –누군가가 이동하면서 딸을 데리고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승무원들은 기내의 곳곳을 샅샅이 뒤져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기장의 명령하에 비행기에 동승했던 항공보안 요원이 카일의 양손에 수갑을 채우고, 그녀를 자리에 앉힌 후 승객 중의 한 명인 정신과 의사와 대화를 하도록 하게 합니다.
하지만 카일은 끝까지 딸이 누군가에 의해 납치되었음을 알고 있었고 그래서 화장실에 가겠다고 거짓말을 한 후 비행기의 전원함 (?)으로 몰래 이동합니다.
직업이 항공기 엔지니어였기 때문에 비행기 구조를 잘 알고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는데 그녀는 전원 코드를 바꿔 끼는 등의 조작을 통해
실내등을 꺼버리는가 하면 산소호흡기를 떨어뜨리는 등 일부러 혼란을 만들어 내고 그 틈을 타 화물칸까지 뒤지게 됩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항공 보안 용원에게 붙잡힌 카일은 그대로 좌석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그리고 승객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기장으로부터 비행기가 착륙하는 즉시 구속될 것이라는 엄포를 듣게 되는데요, 반전은 여기서부터 발생합니다.
사실 카일의 딸은 카일과 함께 비행기에 탑승한 것이 맞고 딸의 탑승권과 짐 가방을 딸과 함께 숨긴 사람은 바로 항공 보안 요원 카슨이었습니다.
그리고 탑승자 명단에 카일의 딸이 없었던 것은 카슨과 함께 범행을 공모한 승무원의 역할이었고, 딸이 죽어서 영안실에 있었다는 병원의 기록은 돈을 받고 병원에서 조작해 주었던 것입니다.
카슨은 카일의 딸을 볼모 삼아 기장에게 ‘카일이 요청했다’는 말과 함께 5천만 달러를 특정 계좌로 입금하라는 얘기를 합니다.
일단 돈을 주고 비행기가 착륙하면 바로 납치하자는 말과 함께. 몇 시간 동안 기내를 소란스럽게 했다는 점, 그리고 이 얘기를 항공 보안 요원이 했다는 점 때문에 기장은 아무 의심 없이 항공사에 연락하여 돈을 송금하도록 조치합니다.
이미 카일에 대한 선입견이 생긴 상태라 그녀가 5천만 달러를 요구한 범인이라는 얘기를 너무도 자연스럽게 믿게 된 것인데요,
그래서 사람은 평소에 어떻게 행동하는가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즉,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인식을 심어주느냐가 중요한 것인데 그렇게 형성된 이미지는 그 사람을 판단하는 잣대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후 비행기는 어느 공항에 비상착륙을 합니다.
그리고 카일과 카슨 그리고 카슨과 공모한 여 승무원 3명만 비행기에 남게 되는데 이 때부터 기내에서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시작 됩니다.
카슨은 비밀을 알고 있는 카일을 죽이기 위해 카일은 카슨의 공격으로부터 벗어나 딸을 찾기 위해.
카슨 입장에서는 카일을 죽인다고 해도 그녀는 이미 기내 난동으로 다른 승객들의 안전을 위협한데다 5천만 달러를 요구한 범인으로 인식되어 있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게 됩니다.
하지만 카일은 죽게 된다면 딸을 못 찾는 것은 물론 영원히 범인이라는 누명을 쓴 채 사람들의 입에서 회자될 위험에 처하게 된 것이죠.
물론 결론은 권선징악입니다. 카일은 딸을 찾았고 카슨은 비행기 폭발과 함께 사망합니다.
범죄를 저지르기 위해 자신이 몰래 기내로 들여왔던 폭탄이 터지면서 자신이 죽게 된 것이죠.
그리고 시커멓게 타오르는 연기 사이로 딸은 안고 나타나는 카일을 보며 기장과 다른 승객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합니다.
자신들이 그토록 의심했던 그녀의 말이 사실이었으니까요. 그래서 기장은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 카일에 사과를 하며 영화는 마무리 됩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제가 느낀 점은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즉, 진실은 보이지 않는 곳에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죠.
모든 사람들이 조작된 증거를 믿으며 군중심리를 발동, 카일을 의심했지만 진실은 카일이었습니다. 증거가 아니었던 것이죠. 눈에 보이는 것만 믿으면 진실을 보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 너머에 있을 수도 있는 진실을 보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자기가 본 것이 진실이고 자신이 경험한 것만이 진실이라고 믿는 순간 진짜 진실은 사라질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다른 사람의 다양한 얘기들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는 것 아닐까요?
이상 [플라이트 플랜 (Flight Plan)]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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