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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읽어주는 남자:엔딩 크레딧

영화 뜯어보기: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 그녀의 뒷얘기가 궁금하다면?

by Robin-Kim 2014. 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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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유명인을 소재로 한 영화는 흥행에 성공하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인물이 중심이 되는 영화는 그 인물과의 공감대 형성이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동 시대를 살지 않았던 역사적 인물일 경우 완전히 다른 시대적 분위기 때문에 공감이 어렵기 때문이고,

전기와 같은 책으로 이미 유명해진 인물의 경우 영화는 그 사람에 대해 책 다음으로 접하는

두 번째 컨텐츠이기 때문에 재미가 반감될 수 있기 때문이며,

굉장히 유명해서 익히 잘 알고 있는 경우 배우와 인물과의 일치도 (요즘 말로 싱크로율)가 얼마나 높냐에 따라 몰입도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바람의 파이터], [역도산], [퍼펙트 게임]과 같은 영화들이 줄줄이 흥행에 실패한 이유입니다.

 

 

 

이 영화 [마를린먼로와 함께 한 일주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료를 찾기가 어려워서 정량적으로 얘기하긴 어려우나 이 영화가 개봉됐던 2011년 미국이나 2012년 초 한국에서

이 영화에 대한 얘기가 화제가 된 기억이 없는 걸 보면 역시나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치고 이름을 모르는 간첩이거나 외계인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한 마를린 먼로를 소재로 다루었음에도 말이지요.

그래서 컨텐츠 산업에서의 공감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가 꽤나 끌렸습니다.

인물과 배우가 좀처럼 연계되지 않아서 몰입이 어렵다거나 하는 부분도 없었습니다.

물론 마를린 먼로를 연기한 미셀 윌리엄스가 제 기억 속의 마를린 먼로와는 많이 다른 생김새여서 실망을 하긴 했지만

그게 몰입을 해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제가 주목한 부분은 이 영화가 마를린 먼로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여서가 아니라

그녀가 주연한 영화 [왕자와 무희]의 촬영 뒷얘기를 다룬 영화였기 때문입니다.

 

 

누구에게나 그렇지만 어떤 사실에 대해 남들이 잘 알지 못하는 뒷얘기는 묘하게 사람을 끌어 당기는 매력이 있습니다.

알려진 사실 자체를 모르더라도 크게 상관없습니다.

사람이란 어차피 뒷얘기 자체에 관심이 있을 뿐이니까요.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왕자와 무희]라는 1957년에 개봉한 영화를 알지도 못했을뿐더러 당연히 본 적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사실은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이 어떤 영화의 뒷얘기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뒷얘기라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세기의 배우 마를린 먼로가 주연이었던 영화의 뒷얘기말이죠.

 

이 영화는 [왕자와 무희] 촬영 당시 제 3 조감독-영화상으로는 그냥 심부름꾼 정도-이었던 콜린 클라크가 기록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제작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뒷얘기에 더 흥미가 있을 수 밖에 없었던 겁니다.

 

 

 

콜린 (에디 레디메인)은 부유한 집안의 둘 째 아들이지만 형과는 달리 가족의 기대를 받지 못한 채 성장했고

때문에 영화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영화 업에 투신하기 위해 집을 나가겠다고 했을 때 그의 부모는 전혀 말리지 않았지요.

그렇게 집을 나온 콜린은 런던의 로렌스 올리비에 프로덕션에 매일 같이 출근합니다.

누가 오라고 한 것도 아니고 일을 준다는 것도 아니었는데 막무가내로 아침에 출근해서는 한 자리를 계속 차지했던 것이죠.

그러다 프로덕션의 사장이자 당시 영국에서 유명한 배우이면서도 [왕자의 무희]의 남자 주인공이자 영화 감독인

로렌스 올리비에와 비비안 리 부부를 우연히 만나 정식직원이 되고 첫 임무였던 마를린 먼로의 숙소를 구하는 것을 깔끔히 마무리 합니다.

그리고는 제 3 조감독으로 영화 촬영을 할 수 있게 되면서 마를린 먼로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게 됩니다.

 

사실 왜 영화 제목에 일주일이라는 단어를 썼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극 중에서는 영화 촬영이 최소 두 달은 넘긴 걸로 나오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니까 더는 얘기하지 않겠습니다.

 

영화 촬영을 위해 헐리웃에서 런던으로 온 마를린 먼로는 우리가 알던 그녀가 아니라 연기에 젬병인 것으로 그려집니다.

베테랑이면서도 항상 긴장하고 그 긴장을 풀기 위해 촬영에 몇 시간에 늦어 남자 주인공인 로렌스는 물론 영국의 대 여배우였던

시빌 여사 (우리나라로 치면 김혜자 급 정도)까지 무작정 기다리게 하는가 하면 어떤 날은 예고도 없이 촬영장에 나타나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스타로써의 안하무인이라기 보다는 연기력에 대한 마를린 먼로 스스로의 불안감으로 그려집니다.

더구나 가벼운 코메디 영화였음에도 불구하고 요즘 우리 나라에서 유행하는 이른바 메쏘드 연기를 주장하는 마를린 먼로는

본인이 맡은 배역이 극중에서 처한 상황과 대사를 납득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연기가 부자연스러워지고

그것 때문에 지속적으로 NG가 나면서 다른 모든 촬영 팀을 피곤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그러니까 스스로의 연기에 대한 불확신 -> 극도의 긴장-> 메쏘드 연기 때문에 잦은 NG -> 촬영이 길어지면서 촬영 팀 불만

 -> 위축과 긴장감 극대화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어 버린 것이지요.

 

사실 실제로 마를린 먼로가 연기를 못했는지, 언제나 메쏘드 연기를 주장했는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그녀가 주연한 수 많은 영화는 당시 대히트를 쳤고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빠져들 수 밖에 없게 만들었었으니까요.

하지만 이 영화를 보니, 이 영화가 사실을 바탕으로 한 뒷얘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마를린 먼로의 실제 모습은

그 동안 우리에게 알려진 것과는 많이 다른 듯 합니다.

 

무엇보다 악순환의 고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과정에서 섹시스타 마를린 먼로인간 마를린 먼로사이에서 정체성을 고민하던 마를린 먼로는

자신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들어준 콜린에게 의지하게 되고 그러다 두 사람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서른 살의 나이에 이미 세 번째 결혼을 한 여자, 모두가 자신으로부터 섹시만을 찾는 것이 회의를 느끼는 여자,

그래서 각성제와 수면제 등 각종 약을 달고 사는 여자가 콜린과 대화를 하고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마음을 안정을 찾게 되는 것입니다.

자신의 얘기를 있는 그대로 들어주는 콜린이 편해진 것이지요.

 

여기서 우리는 누군가의 얘기를 들어준다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얘기를 하는 사람에게 끝임 없이 믿음과 신뢰를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자신에 연기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는 마를린에게 콜린은 언제나 최고라고 얘기해주고

마를린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매니저 폴라도 언제나 그녀의 연기가 최고라고 칭찬해 줍니다.

그래서 콜린과는 사랑에 빠지고 폴라는 언제나 그녀의 곁에서 당시에 2,500 달러의 급여를 받으며 일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사실 마를린 먼로가 [왕자의 무희]에서 자신의 연기에 확신을 갖지 못했던 이유는 이 영화의 원작인 연극 [잠자는 왕자]에서

자신의 역할을 맡았던 비비안 리 때문입니다.

비비안 리는 로렌스 올리비에의 아내였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로 자신보다 앞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배우였기 때문에

부담감이 클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자신의 연기와 비비안 리의 연기를 비교할 대중들의 시선이 무서웠던 것이지요.

 

그래서 끊임없이 그 배역에 몰입하기 위해 메쏘드연기를 주장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그런 부분을 스치듯이 짧게 지나쳐 버리는데 어찌 보면 이 영화에서 마를린 먼로가 보여주는

불성실한 태도의 가장 근본적인 이유가 되기 때문에 꽤나 중요하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영화 전반에 걸쳐 마를린 먼로가 연기에 초짜같은 모습을 보이고 배우로써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지만

실제로 그녀의 연기는 꽤나 훌륭했던 것으로 보여지는 것이,

마지막 부분에 편집이 된 영화를 홀로 보고 있던 로렌스의 연기는 타고났다라고 하는 대사로 추측할 수 있습니다.

촬영 당시 이런저런 이유로 그토록 모든 촬영 팀을 괴롭혔음에도 편집된 영화를 보고서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겁니다.

그리고 마를린 먼로는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고 콜린과 두 사람의 사랑은 잠깐의 불장난으로 끝이 나게 됩니다.

 

영화가 중반 이후 좀 지루하기는 합니다.

특히 콜린과 마를린이 사랑에 빠져 데이트 하는 장면이 최고로 지루하긴 한데 그 부분만 빼면 195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임에도,

그리고 무언가 절정을 향해 치닫는 구조가 아닌 줄거리임에도 꽤나 몰입도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볼만하다는 것이지요.

그 이유는 서두에서 얘기했듯이 마를린 먼로에 대한 뒷얘기혹은 그녀가 출연한 영화에 대한 뒷얘기일 것입니다.

 

# 비비안 리 역할을 맡은 줄리아 오몬드

 

이 영화에서 한 가지 놓치지 말았으면 하는 부분은 바로 비비안 리에 대한 것인데요,

마흔이 넘은 나이로 등장하는 비비안 리는 자신의 나이 때문에 외모도 한 물 갔다고 생각하며

그 때문에 남편이 다른 젊은 여자, 이를 테면 마를린 먼로 같은 여자에게 쉽게 눈을 돌릴 거리고 자책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마치 영화 [클로이]에서 캐서린이 남편의 바람을 의심하게 된 계기처럼 말이지요.

1950년대에 이미, 그것도 서양에서 여자 나이 40이 넘으면 여자로써의 매력이 다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라니

꽤나 놀랍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면 여자들의 나이에 대한 공포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듯 합니다.

 

 

# 시빌 여사 역을 맡은 주디 덴치

 

또 한 가지 부분은 바로 시빌여사에 대한 것인데요, 앞서 얘기했지만 우리 나라로 치면 김혜자 님 정도 되는 연기력을 갖고 있는 이 대배우는

새파랗게 젊은 헐리웃 여배우가 촬영 시간에 늦게 도착하고 또 번번이 NG를 내며 촬영의 맥을 끊어도 불만이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용기를 내라며 마를린에게 힘을 북돋아 줍니다.

 

이게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굉장히 어려운 일인 것이 일단 촬영 팀에게 아무런 통보도 없이

대 선배인 자신보다 한참 늦게 촬영장에 도착하는 것을 기다려 주는 일도 쉽지 않은데

오히려 낯선 촬영 환경에 잘 적응하라고 토닥여 주는 모습은 대선배의 아량이란 무엇인가를 절절하게 보여주는 부분이었습니다.

 

이제 글을 마무리 하겠습니다.

전체적으로 이 영화는 꽤나 독특합니다.

소재도 독특하고 등장인물도 독특하며 영화의 배경도 독특하고 영어의 억양도 독특합니다.

이런 다양한 독특함을 갖고 있는 영화가 왜 흥행에 실패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한 번쯤 볼만한 영화가 아닐까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특히나 마를린 먼로의 숨겨진 뒷얘기가 궁금하신 분들에게는.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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