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력으로 따지면 대한민국에서 둘 째가라면 서러워할 배우들이 모두 모인데다
잘 알려지지 않았던
어쩌면 영화 [도둑들]이후 가장 호려한 캐스팅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대한민국 최고 배우들이 출연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영화는 보고 싶은 욕구가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거기에 ‘민란의 시대’라는 부제가 최근 대한민국의 시대상황과 맞아 떨어지면서 이 영화는,
130여 역원이라는 엄청난 투자를 받아 제작된 이 영화는, 과연 민란을 어떻게 그려냈는지 궁금하기도 했었다.
조선시대 말기, 철종 13년, 약해질 대로 약해진 왕권을 틈타 각 지방 관리직들은 백성들을 수탈하기에 여념이 없었던 시절.
그 중에서도 나주 지역의 대부호
하지만 결혼 생활 중 아들이 생기지 않자 기생과의 사이에서 아들 조윤 (
대를 이를 장남으로 삼았으나 본처가 마침내 아들을 낳자 조윤을 서자 취급하며 괄시한다.
한편 조윤은 무관으로 성장하여 당시 그 적수가 없을 정도로 뛰어난 무사가 되는데,
마침 남동생이
집에 내려왔다가 남동생의 임신한 아내를 죽여 자신이 장자가 되려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집에 고기를 대던 백정 돌무치 (
가까스로 살아난 돌무치는 조윤에 대한 복수심으로 대호 (
한편 자신의 아버지보다 더욱 극악한 방법으로 재산을 모으고 나주의 관리까지 돈으로 포섭한 조윤은
더욱더 큰 부자가 되지만 백성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어지고 이 과정에서 군도는 조윤의 재산을 약탈하려 하지만 실패하고
오히려 군도의 본거지가 공격을 당해 파괴되는 아픔을 겪는다.
이에 분노의 마음을 가실 길 없었던 도치는 혈혈단신으로 조윤에게 복수를 하게 된다.
대략 이런 줄거리를 가진 이 영화는 한 마디로 얘기하면 꽤나 볼만한 영화라고 할 수는 있을 듯 하다.
2시간이 넘는 상영시간 동안 관객을 지루하지 않기 위해 한국 영화의 전형적인 공식인 웃음 (유머)이라는 장치를 곳곳에 배치하였으며,
스스로를 ‘액션 활극’이라고 할 정도로 액션도 꽤나 훌륭하게 담아 냈다.
이야기 전개도 꽤나 짜임새 있어서 보는데 큰 거부감도 없다.
확실히 [범죄와의 전쟁]을 통해 관객이 원하는 것을 잘 포착한 듯 보인
특히 자칫 길어질 뻔한 이야기를 다큐멘터리 형식을 빌어 나래이션으로 처리함으로써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이야기의 앞뒤 전개를 부드럽게 연결시킨 부분은 독특하면서도 신선한 기법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몇 가지 아쉬운 점을 안고 있다.
첫 째, 조윤이라는 인물을 무술에 대해서는 거의 초인적인 경지에 오른 인물로 묘사했다는 것이다.
일당 백의 칼 싸움은 물론 날아오는 수십 발의 화살도 칼로 다 막아내기까지 하는데 이쯤 되면 조선에서 제일가는 무관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당할 자가 없는 무술 실력을 가진 사람으로, 아니 수퍼 영웅으로 느껴져 인물에 대한 몰입이 되질 않았다.
두 번째가 조윤을 연기한
그것 때문에 오열하거나 분노하면서 소리치는 장면은 감정이입하기가 힘이 들었다.
무엇보다 혀 짧은 듯한 발음은 가장 신경이 거슬렸던 부분인데 진지해야 할 부분에 어울리지 않는 목소리와 혀 짧은 듯은 발음은 적응하기 힘들었다.
주요 배경은 현대였기 때문에 큰 무리가 없었다.
세 번째는
조윤으로서는 자신이 적자가 되어야 재산을 물려 받고 호적에 당당히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동생의 아내를 죽이려고까지 한 건데
왜 조카는 버리지 못하고 오히려 자신의 자식인양 끌어안고 보호하다 그 뛰어난 무술 실력에도 칼을 맞고 죽는지 알 수가 없다.
도치 역시도
영화에 아무런 설명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는 민란이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에 명확하게 얘기해주지 않는다.
전형적인 악덕 부호 조윤을 도치가 죽이기는 하지만 도치가 속한 군도인 추설은 조윤 세력에 의해 일망타진 되어 생존자 자체가 거의 없어졌기 때문이었다.
개인적인 생각에 이 부분은 이 영화의 대립구조와도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의 제목은 [군도: 민란의 시대]지만 이 영화의 대립구조는 ‘탐관오리 (악덕 부호) vs 군도 (민란)’이 아니라 ‘조윤 vs 도치’다.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이야기의 핵심 자체가 조윤으로부터 시작되며 도치의 조윤에 대한 복수심과 실제 복수가 그 정점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이 영화가 130억 원이라는 큰 돈을 투자 받기 위해서, 그러니까 거대한 자본이 투여된 영화의 한계가 아닐까라는 생각이다.
이 영화의 대립구조가 ‘탐관오리 (악덕 부호) vs 군도 (민란)’으로 설정되고 이야기를 이끌어간다면
그것은 지난 정권에 이은 현 정권에 대해 정면으로 칼날을 들이대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주인공 두 명을 제외한 다른 등장인물에 대해서는 큰 설명이나 내용이 없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다.
국민을 생각하기 보다는 자신과 자신의 가족, 자신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집단의 기득권 세력으로 있으며
그들에 반대하며 매일 같이 멈추지 않고 시위와 집회를 여는 단체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물 vs 인물로 대립구조를 맞추고 그에 따라 정작 민란이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에 대한 것은 애매모호하게 다룬 것이 아닐까.
다만 그래도 민란을 소재로 한 영화인만큼 ‘뭉치면 백성이고 흩어지면 도적이다’라는 말로 감독은 하고 싶은 얘기를 대변하는 듯하다.
사실 이 말은 [조선의 뒷골목 풍경]이라는 책에 나오는 ‘모이면 도적이 되고 흩어지면 백성이 된다’라는
전형적인 기득권 세력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말을 교묘히 뒤틀었다는 생각이다. 1
기득권 세력은 무지한 백성이 모이면 피곤해지고 힘들어진다.
그 중에 똑똑한 놈이 낄 수도 있고 그런 놈이 무지몽매한 백성들을 교화라도 시키는 날이면 아주 피곤해지기 때문에
처음부터 백성들이 집단으로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는 것이다.
실제 감독의 전작 [나쁜 놈들의 전성시대]는 뉴라이트 자본이 투자되었다는 얘기도 있었다.
결국 영화라는 산업 자체가 자본을 끼지 않을 수 없고, 자본이 낀 이상 기득권 세력을 자극할 수는 없다.
자본은 언제나 기득권 세력의 편이니까.
그래서 이 영화 [군도:민란의 시대] 역시 그 어떤 결과를 명확히 보여주며 생각의 여지를 남기기 보다는
상업적 오락영화로 남을 수 밖에 없지 않나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다시 말하지만 그런 관점에서 보면 극장 값이 아깝지는 않은 영화다, 라고 얘기할 수 있을 듯 하다.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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