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나이에 사업을 해 본 적이 있었다.
어느 날 밤, 창 문을 통해 내려다 본 길거리를 오가는 수 많은 차를 보고 문득 '저 많은 차들 중에 왜 내 차는 없을까'라는 생각을 하고는
소형차 한 대를 장만했던 것처럼, 그 차는 10년이 지난 아직도 잘 타고 있다, 거리를 오갈 때마다 보이는 무수히 많은 건물들에 들어선
무수히 많은 회사들을 보며 '왜 내 회사는 없을까'라는 생각에 사업을 했던 적이 있었다. 그것도 외국에서.
물론 경험 미숙에 없는 실력으로 무작정 시작한 것이라 실패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았었다는 사실 하나에 혼자 위로하고 있다.
그 때부터 10년이 넘게 직장 생활을 하면서 사업하시는 분들을 존경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고 다니게 됐다.
직장인으로써의 월급날은 그렇게 기다려도 더디 오는데 경영자로써의 월급날은 왜 이리도 빨리 오는지.
마치 죽을 힘을 다해 도망가는 내 뒤를 바짝 쫓아오는 맹수처럼 월급날은 자고 일어나면 돌아와 있었고
그만큼 직원들 월급 주기란 만만하지가 않은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사업 하시는 분들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물론 직장인들도 피곤하다.
그들은 결정권이 없다. 하지만 욕은 먹는다. 상사의 눈치를 봐야 한다.
직급이 오를 수록 사내 정치도 굉장히 중요한 덕목이 되며, 대기업일수록 더하다.
어느 라인을 잡느냐가 굉장히 중요해진다.
. '사오정'과 '오륙도'가 되지 않으려면.
그런데 이것은 비단 우리 나라 뿐만은 아닌 듯하다.
[월스트리트 몽키]에서 보듯이 미국도 직장인들의 스트레스는 심각한 수준인 듯하며,
오쿠다 히데오의 [마돈나]에서처럼 일본도 우리나라 못지 않게 힘든 듯하다.
우리나라가 일본의 통치하에 있는 동안 일본의 조직 문화에 영향을 많이 받았으니 일본이라고 다를 게 있을까라고
쉽게 예측할 수 있지만 그래도 막상 책을 통해서 접하고 나니 실감의 정도가 다르나.
물론 소설이지만.
소설 [마돈나]는 그렇게 대기업에 다니는 남자 샐러리맨들의 애환을 다룬 단편 모음집이지만 재미는 없다.
오쿠다 히데오 특유의 위트나 재치는 없고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상황들과 과장된 억지, 뻔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고 있어
차마 끝까지 읽지 못하고 책을 내려 놓을 수 밖에 없었다.
인터넷 서점들의 후기에서는 '역시 탁월한 이야기꾼' 같은 문장들을 써 놓았던데
개인적으로는 인터넷에서 쏟아지고 있는 인터넷 소설보다 나을 게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다.
예전에 읽었던 [오 해피데이]는 단편이지만 각 단편이 다양한 소재와 짜임새 있는 이야기로 재미있게 읽었었는데
[마돈나]는 여러 개의 단편 중 [마돈나]를 제외하고는 그다지 공감이나 재미가 떨어진다는 얘기다.
오쿠다 히데오의 초기 작품이어서 그럴 수도 있고, 장편인줄 알고 구매했던 내 책임도 있을 수 있다.
어쩌면 장편으로 드라마틱한 구조를 넣어 이야기를 전개했다면 좀 더 작가만의 특성을 잘 살릴 수 있는 단편집으로 탄생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Leggie...
===================================================================
# 이미지 출처: YES24
'죽기전에 꼭 읽어야 할 책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이컵을 위하여- 내 가족이 1급 살인죄에 기소되었다면? (0) | 2013.10.23 |
---|---|
실내 인간- 삶의 본질은 무엇일까? (0) | 2013.10.17 |
그림자 정부, 정치편- 프랑스 혁명은 조작된 것이다? (0) | 2013.10.10 |
거기, 여우 발자국- 몽환적 현실 속 진짜 나를 찾는 과정 (0) | 2013.09.30 |
7년의 밤- 작가의 현학이 빚은 참극 (0) | 2013.09.2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