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4월이 되면 주변 사람들에게 얘기하곤 한다.
“올해도 다 갔네.”
의아해 하는 사람들에게 부연 설명을 한다.
5월은 가정의 달이라 바쁘고, 6월 휴가 계획 잡고, 7~8월간 휴가 다녀오면 9월 추석에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어느덧 10월에
가 있을 거라고. 그리고 4/4/분기 마무리 한다 어쩐다 하다 보면 크리스마스 캐롤 들릴 거고 결국 올 한 해도 그렇게 연기처럼
순식간에 사라질 거라고.
처음엔 공감하지 않던 사람들도 연말 즈음에 내 얘기를 되새김질 해주면 손뼉을 쳐대며
“어쩜, 네 말이 그대로다.”를 연발하곤 한다.
시간은 그런 것이다.
누구도 정의할 수 없고 누구도 거스를 수 없으며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보이지 않는 무엇.
25년.
한 아이가 태어나서 대학 졸업반이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
25살이 청년이 쉰 살이 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시간.
히가시노 게이고의 25주년 기념작 [매스커레이드 호텔]이 나를 흥분시켰다.
25년이라는 시간 동안 [용의자 X의 헌신], [백야행] 등을 발표하며 25년이라는 시간 동안 꾸준한 작품활동을 해 온 그가 내 놓은
작품이라니 굳이 내용을 들여다 보지 않아도 믿을 수 있었다.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에는 [악의 교전]의 저자가 쓴 책인 줄 착각했었고, 읽는 동안에도 작가의 글 쓰는 스타일이 참 많이
바뀌었다는 웃지 못할 생각도 했었더랬다.
그러니까 생각해 보면 그의 책은 단 한 번도 읽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어쨌든.
피해자도 살해자도 공통점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서로 다른 3개의 살인 사건.
‘45.761871, 143.809344/ 45.648055, 149.850829/ 45.678738, 157.788585’이라는 숫자들이 각각의 살인사건 현장에서 발견되면서
연결 고리를 찾게 되고, 마지막 사건에서 발견된 숫자가 암시하는 곳인 ‘코르테시아 도쿄 호텔’에서 일어날 네 번째 살인 사건을
막기 위해 경찰과 호텔리어들이 협업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쫄깃쫄깃함.
이 책에서 작가는 25년이라는 시간 동안 성장하면서 갈고 닦은 모든 것을 쏟아 부은 듯할 정도로 상상력의 끝을 보여준다.
단순히 추리 소설이냐 아니냐, 스릴러 소설이냐 아니냐를 떠나 하나의 사건을 두고 벌어지는 일련의 일들을 이 두꺼운 책 속에서
전혀 지루하지 않게 풀어내는 솜씨가 엄지손가락을 자연스럽게 치켜들게 한다고나 할까.
경험이란 그런 것이다.
처음 읽어본 그의 소설에도 반하게 만드는 매력.
나이 들었다고 꼰대 부리는 것이 아닌 끊임없이 변신하면서 그 안에 자신만의 것을 녹여내는 매력.
Leggie...
'죽기전에 꼭 읽어야 할 책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던 아랑전-극한의 상상력을 보여주는 책 (0) | 2012.11.08 |
---|---|
광장시장 이야기-사람 사는 냄새, 그들의 이야기 (0) | 2012.10.18 |
아빠의 별-유망했던 작가의 처절한 몰락 (0) | 2012.09.17 |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현학적이 되버린 이병률 (0) | 2012.09.11 |
노서아 가비- 커피를 통해 본 조선 말기 역사 (0) | 2012.08.3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