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여러 번의 포스트에서 언급했지만 돌아가신 박완서 작가님을 제외하고는
대한민국 여성 작가들에 대한 지독한 실망으로 인해 그들의 책을 멀리했었다.
마치 지독한 감기를 앓았다가 그 뜨거운 열에서 막 빠져 나왔을 때의 뻐근함 혹은 허탈감처럼
외딴 방-새의 선물과 같은 여성작가들의 작품에 빠졌다가 더 이상 발전하거나 새로워진 모습이 보이지 않아
그녀들의 작품에서도 멀어져 갔던 것이다.
철저히 개인적으로 말이다.
그 와중에도 안보윤이나 최유경 같은 ‘신진 작가’들이 오히려 더 가능성이 있어 보였기 때문에
오히려 그네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적이 있었다.
그래, ‘있었다’. 현재가 아닌 과거형이다.
[바보 엄마]에서 오롯한 감정의 전이를 통해 눈물을 쏟게 했던 최유경 작가는
이름까지 최문정으로 바꾸면서 이번엔 아버지를 택했다.
아주 단순하게 생각하자면 [바보 엄마]의 2편 정도라고 생각하면 편한 [아빠의 딸].
이름만 보고 책을 선택했다. 다른 건 볼 필요도 없었다.
나 개인에게는 여성 작가들 중 몇 안 되는 희망이었으니까.
하지만 희망은 이내 절망으로 바뀌었고 난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없었다.
더 심하게 얘기하면 돈이 아까웠다.
부잣집 서자로 돈 걱정 모르고 살았던 남자와 세계적인 발레리나지만 보통의 가정이라는 배경을 갖고 있는 여자의
뻔하디 뻔한 사랑이야기. 재벌들의 가족 문화에 적응 못하는 여자 주인공과 못되고 악독한 시어머니의 불편한 관계.
그러다 맞은 이혼. 그 과정에서 아버지가 흘린 눈물.
아침 드라마에서나 볼 듯한 뻔한 이야기와 억지스러운 눈물 짜내기의 연속으로 난 작가에게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그냥 몇 가지 생각해 볼만한 문장을 빼고는 2000년대 초반에나 먹혔을 법한
이제는 흔하디 흔하고 뻔하디 뻔한 이야기에는 도저히 공감도 안 되고,
이야기에서 아버지라는 사람이 ‘아버지라는 운명’의 굴레에 휩쓸려 한 행동들도
도저히 눈뜨고는 못 볼 억지뿐이다.
너무 길게 얘기했다.
딱 잘라 말해서 다시는 이 작가의 책을 읽지 않겠다.
여태까지 칭찬한 거 다 취소다.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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