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영어: spoiler)는 영화, 소설, 애니메이션 등의 주요 줄거리나 내용을
관객, 독자 또는 네티즌에게 미리 알려주는 정보를 뜻한다. (한국어 위키백과)
개인적으로는 전쟁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어렸을 때부터 극장에 걸렸던 수 없이 많은 전쟁 영화들 대부분이
미국, 그러니까 헐리웃 영화들이고 그 얘기는 다시 말하자면
미국 관점에서 그 전쟁을 바라 본 내용일 수 밖에 없어서 결국은
미국식 식민 사관주의에 젖어 들 수 있기 때문인 것이 첫 번째 이유다.
똑 같은 베트남 전을 두고도 베트남이 만든 영화는 헐리웃 영화와는
완전히 다른 시각을 전달할테니까.
두 번째 이유로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는 영화라는 장르가 가진 특성 상
영화를 보면서 그 스토리 (이야기)에 녹아 들다 보면
전쟁이라는 것에 대해 무감각 해질까 봐서이다.
개인적으로 전쟁이 만들어내는 참혹함을 너무나 싫어함에도 불구하고
‘잘 만들어진 전쟁 영화’라는 것은
결국 그 이야기 구조 속에 전쟁이라는 것이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되고
결국 그 전쟁은 당연한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영화를 지칭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쟁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익숙함이란 그런 것이다.
‘나도 모르게’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게 되는 익숙함은 그토록 무서운 것이다.
그래서 사실은 [마이 웨이]를 보기까지 주저함이 많았다.
부산영화제부터 시작된 오다기리 조의 이상한 행동이 일파만파
커져갔고 결국엔 ‘쪽바리’가 출연한 영화를 보지 말자는 불매운동부터,
‘오다기리 조한테 장동건이 밀리더라’, ‘김인권이 더 주인공 같더라’라는 캐스팅에 대한 얘기와,
‘태극기 휘날리며랑 뭐가 다르냐’, ‘태극기 2냐’, ‘일본을 찬양하는 영화 같다’ 등의 내용 (줄거리)에 관한 내용까지,
너무도 다양한 스포일러가 있었던 것은 둘 째 치고라도 강제규 감독이나 주연배우 장동건 씨의
인터뷰에서 빠지지 않는 내용이 ‘전쟁 영화’라는 것이었다.
그러다 며칠 전 영화가 극장에서 상당부분 내려간 시점,
큰 마음 먹고 [마이웨이]를 관람했다.
‘태극기를 휘날리며’가 겉으로는 전쟁 영화로 회자 되었지만
수출을 위한 영어 제목이 ‘Brotherhood (형제애)’였던 것을 생각해보면
이미 공개된 줄거리에서처럼 [마이웨이]에서도
전쟁은 매개체일 뿐 두 남자의 우정이 전쟁이라는 소재를
압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리고 국내 영화 사상 초유의 280억 원이라는 제작비가 투여된 영화는
어떤 스케일을 갖고 있을까라는 궁금증도 끝내는 극장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한 이유 중 하나다.
거짓말 안 보태고 영화를 보는 내내 스케일에 압도 되었다.
우리는 늘 헐리웃 영화를 보면서
‘우리는 언제 저런 스케일로 영화를 만드나’라고 한탄을 하곤 하는데,
[마이웨이]는 우리 영화도 제작비를 많이 투여하면 스케일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준다.
‘우리나라도 저런 전쟁 장면을 만들 수 있구나’ 싶을 만큼의 스케일과
사실감은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을 압도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줄거리도 상당히 짜임새가 있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그 위에 상상력을 입혔기 때문에 물론 몇 군데 어색한 부분도 있긴 했지만
그것이 영화를 재미없게 만들거나 그것으로 인해 볼 만한 영화가 아니다라고 하는 것은
그저 이 영화를 헐뜯기 위한 것뿐임을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렇게 따지면야 ‘007’이나 ‘다이하드’처럼
주인공은 무조건 살아남는다는 전설을 만들어낸 헐리웃 영화들은
봐서는 안 되는 영화들 아닐까?
나아가
길지 않은 출연 분량 속에서도 강한 연기를 보여준 판빙빙,
그리고 ‘연기력의 재발견’이라는 얘기까지 듣고 있는 김인권의 눈부신 연기와
그동안 한국 영화에서 보기 힘들었던 화려한 CG까지,
[마이웨이]는 생각보다 볼 거리로 중무장하고 있었다.
결국 책을 고를 때도 영화를 고를 때도 역시 동일한 원칙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베스트 셀러에 속지 말 것, 그리고 남들 말 (스포일러)에 현혹되지 말 것.
남들에겐 재미있는 것이 나에겐 재미 없을 수도,
남들에겐 재미없는 것이 나에게는 재미있을 수도 있다는 것.
중요한 것은 내 판단과 내 기준인 것이지 남들의 판이나 기준이 아니라는 것.
[마이웨이]를 극장에서 보지 않고 올 겨울을 보냈다면
나중에 꽤나 후회할 뻔 했다는 생각에 혼자 빙긋이 웃어본다.
결국 내 판단은 맞았으니까.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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