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삼청동을 소재로 쓴 포스트가 네 번째가 되는군요. 그
만큼 사진 찍을 거리도 많고 볼 거리도 많은 곳이 아닌가 합니다.
인사동-가회동-삼청동을 잇는 코스를 제대로 개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엄한 땅 파는 삽질 개발 말고, 정말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개발 말이죠.
* 언제부턴가 우체통만보면 카메라를 들이대는 버릇이 생겼다. 이메일과 핸드폰, 그리고 메신저와 같이
연락도 '속도전'을 방불케 하는 세상이 되면서였을까. 기다리는 마음으로 우체통을 열어보았던 때가
언제인지 이젠 가물가물하다.
* 또 다시 어떤 뒷 골목으로 들어가면 만날 수 있는 독특한 풍경. 담벼락에 그린 삼청동을 중심으로 한 서울의
옛 지도인데, 1910년경의 모습을 2008년에 재현한 그림이다.
이런 생각을 한 사람도 멋있고, 담벼락을 선뜻 내어준 집 주인도 멋있다.
* 저 높은 곳. 힘들어 보이지만, 보기만해도 숨이 차보이지만 쉬지 않고 달려 올라가고 싶은 그 곳.
네가 거기 있을테니까.
* 북카페. 언제부턴가 삼청동을 중심으로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북카페.
마치 유럽의 노천카페를 보는 듯한 작고 아담한 북카페지만 정작 책이 얼마나 어떻게 비치되어 있는지는
모르겠다. 책을 읽기보다는 수다 삼매경에 빠진 손님들.
정작 '북'은 겉치레일 뿐일까.
* 삼청동을 다니면서 알았다. 계단에는 꽃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아니 정확히 말하면 화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그 화분이, 화분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꽃이 사람들로 하여금 힘들고 귀찮더라도 계단을 오르게 한다는 것을.
* 요즘엔 정말 웃을 일이 없다. 희대의 사기꾼이 나라 권력의 정점에 있으니...
* 사실 내가 주목하고 싶었던 것은 장미 화분이 담긴 자전거였다. 'SALE'로 도배된 가게 앞 자전거가 마치
광고의 한 장면처럼 유난히 시선을 끌었기 때문인데, 오히려 'SALE'가 눈에 도드라진다.
역시 세상엔 내 뜻대로 되는 것보다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은 듯하다.
* 벌써 약 10년 전인 듯하다. 체코의 프라하에 갔을 때 사진과 같은 식당을 참 많이 봤었다.
가격도 무척 저렴했었던 기억이 새삼 떠올랐는데, 마치 프라하의 식당들을 연상시키는 겉모습과 분위기가 매력적인 곳.
물론 내부는 모를 일이다.
* 아마 모를 것이다. 단 한 번도 벼랑 끝으로 내몰려 본 적이 없는 이들은 그들의 심정을 모를 것이다.
그들도 살고 싶어한다. 처절하게 살고 싶어한다.
하지만 유전무죄, 무전유죄인 이 세상은 그들을 점점 더 벼랑끝으로 내몰고 있다.
* 삼청동을 돌아다니다 보면 이렇게 예쁜 악세사리 및 장식품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그 분위가 인사동과는 사뭇 다르다. 그래서 서울의 소호라고 부르고 싶다.
* 소위 '플랫 슈즈'그림이 예쁘게 그려진 유리창 너머로 보는 신발들은 어쩜 그리도 예쁜지.
* 2009년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 있지 말아야 할 곳에 있지 말아야 할 대상이 있다면 무언가 잘못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주정차 금지 표지만 바로 앞에 떡하지 주차를 해 주신 SM7 여성 운전자와 휴일 오후 바람을 쐬러 나온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는 전경의 모습이 왠지 슬픈 느낌을 갖게 한다.
항상 모든 대상은 있어야 할 곳에 있을 때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을 새삼 실감한 삼청동에
관한 마지막 이야기.
L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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